아기 공룡 둘리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명랑한 에너지를 만끽할 방법이 있다. 우리가 몰랐던 둘리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 어디서 둘리 이야기가 나올 때 아는 척할 수 있는 건 덤!
연갈색에서 초록색까지
ⓒ 워터홀컴퍼니(주) 사진제공
우리에겐 둘리의 피부가 초록빛인 것이 익숙하지만, 사실은 둘리가 탄생한 만화 잡지 1983년 <보물섬>에선 아기 공룡 둘리는 갈색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백과사전이나 과학 책 속 공룡의 그림처럼 연갈색 빛의 둘리를 보면 다소 낯설 수 있다.
연재가 진행되면서 둘리가 초록색으로 바뀐 이유는, 편집부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록색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이 알려져 있듯 진한 둘리, 연한 둘리, 형광 둘리로 나뉘는 연대기에 따라 어떤 둘리를 보고 자랐느냐로 세대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시대의 암울함을 명랑함으로
ⓒ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틸
둘리가 탄생한 80년대에는 만화의 위상이 지금과 달랐다. 만화라는 콘텐츠가 불경하게 취급받았던 탓에, 만화 작가의 상상력 역시 그 영향력 아래 있었다. 아이가 어른에게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심의에 걸릴 정도였다.
이에 김수정 작가가 내놓은 묘안이 동물을 의인화해 규제 장벽을 낮추는 것.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흔한 동물이 아닌 색다르고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주인공을 고심하던 중 공룡을 떠올렸고 어린이의 동심을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둘리의 친구들 역시 외계인, 타조로 설정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난꾸러기 바이브를 완성했다. 이 아이디어가 현재까지도 우리 마음속에 둘리가 귀여운 아기 공룡으로 남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육식 혹은 초식
ⓒ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틸
쥐라기 후기에 등장했다는 공룡, 케라토사우르스가 둘리의 초기 모델이다. ‘뿔 있는 도마뱀’이라는 이름처럼 코에 달린 뿔이 특징. 상상도를 보면 둘리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육식공룡인데, 초식공룡의 한 종류가 먹이였을 정도로 강력했다고. 꼬마로 그려진 둘리는 보다 귀엽고 동글동글한 모습이다.
재미있는 건, 둘리의 엄마 공룡은 푸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에 집중하다 보니 둘리의 종족을 깜박하고 초식공룡인 브론토사우루스를 모델로 구현했다는 점. 이후 김수정 작가는 독자들의 질문으로 실수를 깨닫고,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에서 같은 육식공룡으로 수정했다.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
ⓒ 워터홀컴퍼니(주) 사진제공
우리 주변의 누군가
ⓒ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틸
아기 공룡 둘리의 영원한 검성, 고길동의 집이 위치한 서울 쌍문동. 이곳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 이유는 김수정 작가가 자취 생활을 해서 익숙했던 동네이기 때문.
그가 살던 자취 집이 고길동의 집이 됐고, 늘 노래를 부르던 동네 청년이 마이콜, 옆집에 살던 국어 선생님은 고길동으로 변신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공간과 인물들이 <아기공룡 둘리>의 ‘킥’이 되었다.
정리. 황소연 | 자료 및 스틸제공. 워터홀컴퍼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