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퀸카 (Queencard) 뮤직비디오 화면
라이트노벨 제목이 아니다. 지난 5월 15일 (여자)아이들의 미니앨범 이 발매된 후 벌써 한 달 정도가 흘렀다. 타이틀곡 ‘퀸카(Queencard)’와 함께 한 매일이었다. 멜로디와 리듬도 중독적이지만 뮤직비디오로 완성되는 서사는 한동안 이 곡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했다.
자신의 외모를 자랑하는 곡은 정말 많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자아도취적 가사는 이 곡에 단번에 꽂히게 만든다. 아름다움을 극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허심탄회하게 스스로를 찬양하는 부분들 말이다. “월화수목금토일 미모가 쉬지를 않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부셔 빛이 나네”, “My boob and booty is hot” 같은 라인처럼 외모를 한껏 부각하는 단어와 표현이 곳곳에 넘치게 배치되어 있다. 이 표현들은 ‘퀸카’의 마지막 가사 세 줄을 위한 일종의 빌드업으로 느껴졌다. 최면 혹은 주문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뮤직비디오 속의 인물들이 당당함과 뻔뻔함을 기꺼이 충전하고 나서는 모습이 대리만족을 주어서일까. 어느 쪽이든 좋았다.
ⓒ 퀸카 (Queencard) 뮤직비디오 화면
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한 리조(Lizzo)의 전작인 ‘Juice’를 애청할 때였다. 이만큼이나 자신감이 차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동시에, 자존감‧자신감, 공주병‧‘자뻑’의 차이는 뭔지, 타인의 영향으로 외모 비하의 굴레에 스스로를 방치했던 나 같은 이들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회복되었다 할 수 있을지 궁금했었다. ‘퀸카’를 들으면서 다시 깨달았다.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외모에 대한 소심함이 내 안에 약간이나마 남아 있음을, 동시에 그 흔적을 몰아낼 수 있을 만큼 시간도 지났고, 여유도 자랐음을.
ⓒ 퀸카 (Queencard) 뮤직비디오 화면
후렴의 ‘I’m a I’m a I’m a 퀸카’ 만큼이나 뇌리에 남은 것이 있다. ‘퀸카’와 ‘Allergy’를 작사·작곡한 멤버 전소연의 존재다. “거울과 사랑에 빠졌다.”와 “거울이 싫다.”는 마음을 동시에 고백할 수 있는 그의 마음속에서 결국 ‘나’라는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자라나는 중일까? 방금 자기가 한 말을 자유자재로 비꼴 수 있는, 이런 사람이 천재인 걸까? 자신에 대한 애정을 한껏 뿜어내다가도 외면하고 싶은 스스로의 모습도 직시하고자 노력하는, 스토리텔링의 훌륭한 굴곡을 목격했다. 인생은 한번, 퀸카로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