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말에는 절친의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다. 직장 동료, 친인척의 결혼식이야 여러 번 가봤다지만 친구의 결혼은 처음인지라 꼭 내가 신부라도 된 듯 떨리는 마음이다. 문제는 내가 진짜 신부도 아닌데 결혼식 몇 주 전부터 아주 진지한 고민에 빠져 있다는 거다. 날 고민에 빠지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하객룩’이다. 고민은 5월 말의 어느 주말, 친구의 예비 남편과 가진 식사 자리 이후 계속되었다. ‘얘가 진짜 결혼을 하는구나!’ 작년 가을, 사촌오빠의 결혼식에 입고 가겠다며 거금을 주고 구매했던 원피스가 행거에 보란 듯이 걸려 있으나 ‘결혼식은 6월이니 긴 팔 원피스는 덥지 않을까?’란 생각이 이미 머릿속을 지배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심심할 때마다 차곡차곡 담아두었던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엔 결제를 기다리는 아이템이 줄을 이었다. 가장 처음으로는 내내 눈여겨보던 블라우스를 구매했다. 앞에서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뒤태의 리본이 포인트가 된다. ‘과연 내 뒷모습을 신경 쓸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며 매번 구매를 미뤘건만 결혼식이란 이벤트 앞에서는 말짱 도루묵. 그러고 정신을 차려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착장’을 구매한 뒤였다. 블라우스를 사니 거기에 어울리는 스커트가 있어야 할 것 같고 또 그러자니 발이 허전하고…. 놀랍도록 매번 똑같은 패턴이다.
불과 몇 주 전 다녀온 대만 여행도 내 지갑을 탈탈 털어갔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통장 잔고를 바라보며 이렇게 만든 주범을 찾기 위해 평생 쓰지도 않던 가계부를 써봤다. 유럽을 갔다 온 것도 아닌데 대체 무엇이 내 지갑을 털어갔는가. 가장 먼저 숙소비, 왕복 항공권, 유심 비용 등등을 제외했다. 그러자 필수 비용과 맞먹는 사치 비용이 드러났다. 면세 찬스로 구매한 향수, 대만의 햇빛을 피하기 위한 선글라스, 여행지와 딱 맞는 색감의 네일아트, 대만도 밤에는 추울 거라며 구입한 바람막이까지.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매번 이벤트가 다가올 때마다 벌어지고 있는 거다. 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주문 제작한 액세서리의 포장을 뜯으며 ‘안 사면 0원’이라는 말을 머릿속에 새겨본다.
글 | 사진.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