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금 부엌으로! 확신의 여름 요리 3선 (1)'에서 이어집니다.
깻잎을 위한, 깻잎에 의한, 깻잎 냉파스타 by. 정고메

ⓒ 깻잎 냉파스타
여름만큼 풍요롭고 행복한 계절이 또 있을까. 흙 속에 고이 심어둔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서 하룻밤 사이에도 못 알아볼 만큼 잎이 커지고 열매를 맺는다. 깻잎은 구태여 씨앗에 싹을 틔워 모종을 만들지 않아도 지난해 어딘가에 떨어진 들깨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깻잎이 한번 자랐던 곳 주변에는 늘 들깨가 자란다는 것을 자주 가는 친구네 농장 일을 도와주며 알게 되었다. 그리고 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깻잎을 한 무더기를 안고 오곤 했다.
안타깝게도 도시에 살면 깻잎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마트에 가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겨울에 납작한 비닐봉지에 열댓 장 담겨 1000원 하던 깻잎이 여름이 되면 비슷한 가격에 큰 비닐봉지 한가득 담겨 있다. 그걸 보며 마트의 작은 코너에서도 여름이 왔음을 느끼고, 어딘가에서 깻잎이 쑥쑥 자라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깻잎은 독특한 향이 있어서 향채소, 허브에 가깝다. 허브는 요리에 화려한 색채를 더하고 요리 마지막에 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에 주로 소량만 사용한다. 그러나 뼛속 깊이 한국인인 나는 깻잎을 마치 상추처럼, 잎채소처럼, 쌓아두고 먹는다. 외식 때마다 항상 서너 장 들어 있는 깻잎 요리들이 아쉬웠다. 왜 깻잎은 조연일 수밖에 없을까? 깻잎이 주인공인 요리를 해 먹고 싶어서 만든 요리가 바로 ‘깻잎 냉파스타’. 깻잎과 잘 어울리는 간장, 들깨를 압착한 들기름, 들깨를 빻아 곱게 만든 들깻가루까지, 들깨의 삶이 한 그릇에 담겼다. 그러므로 깻잎 냉파스타는 깻잎을 위한 요리이며 동시에 깻잎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요리이다.
고소하고 크리미한 들깻가루에 간장, 새콤달콤함을 더해주는 매실청, 그리고 독특한 풍미의 눅진한 고소함을 선사하는 들기름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파스타 면을 삶아서 물에 살짝 헹궈 소스를 섞어주고 냉장고에 잠시 보관한다. 이 소스에 버무린 파스타 면은 상온보다 살짝 차가운 정도에서 가장 맛있다. 열기가 날아가 살짝 차가워진, 냉장고에서 5분 정도 보관했을 때가 완벽. 거기에 면보다 얇게 썬 깻잎을 소스가 잘 배인 면과 돌돌 말아 먹으면 여름을 함께 보낼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다. 이 레시피를 알려주고서 한 번도 못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었다. 여름 내내 깻잎을 가까이하게 될 것이다. 아, 양파장아찌를 꼭 곁들여 드시길!
재료
파스타면 1인분(100g), 깻잎 15장, 양파장아찌, 소금, 들기름 1t, 매실청 1t(식초 1t, 설탕 1t로 대체 가능), 진간장 1t, 식초 1t, 들깻가루 1t
➊ 물 1L에 소금 듬뿍 1t를 넣고 물을 끓인다.
➋ 물이 끓으면 파스타 면을 삶아 건져낸 뒤 찬물에 가볍게 헹궈 물기를 제거한다.(권장 시간보다 1분 정도 더 삶아주기)
➌ 들기름, 매실청, 진간장, 식초, 들깻가루를 넣어 잘 섞어 소스를 만든다.
➍ 면에 소스를 넣고 잘 섞어준 뒤 냉장고에 5분 정도 보관한다.
➎ 깻잎을 끝에서부터 돌돌 말아 얇게 썰어주고 뭉친 부분이 없도록 흩트려준다.
➏ 양파장아찌도 세로로 썰어준다.
➐ 냉장고에서 소스에 버무린 면을 꺼내 접시에 담고, 깻잎과 양파장아찌를 올린다.
➑ 들기름을 살짝 뿌려 먹는다.
소개
정고메
채소로 삼시세끼 해 먹는 사람.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채소로 신박하게 맛있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비건 레시피를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로 함께 나누고 있다.
태양이 만든 맛, 토마토소면 by. 권성현

ⓒ 토마토소면
여름은 그야말로 채소의 계절. 사계절 내내 같은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요즘이지만 따뜻한 햇볕을 받고 생명력 가득한 모습으로 자란 여름 채소를 보면 ‘그래, 이게 바로 채소의 매력이지.’ 생각하게 된다. 뽀득하고 탱글탱글한 가지, 애호박, 토마토, 파프리카, 옥수수의 알록달록한 색감을 보고 있자면 눈까지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는 느낌. 특히 개성 있는 모양으로 자란 못난이 채소만큼 귀여운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나는 다양한 채소 중에서도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식감의 여름 채소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토마토는 어떤 요리에 더해도 놀라운 깊은 맛을 끌어주어 더욱 애정한다. 불 앞에 서기 힘든 여름에도 토마토의 매력을 요리로 즐기고 싶어 방법을 찾다가 만난 것이 토마토소면이다. 더위에 늘어져 있다가도 시원한 감칠맛을 떠올리며 벌떡 일어나 간단히 만들 수 있는 한 그릇은 단연코 토마토가 주인공.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베어 물면 입안에 가득 차는 여름! 제철 채소가 주는 감동을 한 사람이라도 더 느낄 수 있는 계절이 되길 바란다.
재료
토마토 1개, 깻잎 3장, 대파, 소면, 간장, 미림, 설탕
➊ 토마토는 먹기 좋은 크기로, 깻잎과 대파는 고명용으로 얇게 썰어 준비한다.
➋ 간장 4t, 미림 4t, 설탕 1t, 물 1컵을 섞어 밑국물을 준비한다.
➌ 소면을 삶고, 찬물에 충분히 헹궈준 뒤 물기를 제거한다.
➍ 밑국물에 소면을 넣고 토마토, 깻잎, 대파를 얹어주면 완성!
tip. 토마토 껍질을 벗겨서 사용하면 더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tip. 풋내가 나는 토마토는 소금, 설탕, 참기름, 깨를 약간씩 넣어 버무린 뒤 사용하면 된다.
소개
권성현
못난이 채소로 만드는 지속 가능한 식탁, ‘어글리어스’의 브랜드 마케터. 끝없는 채소의 매력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함께하길 바란다.
글. 마포농수산쎈타, 정고메, 권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