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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8 에세이

난 항상 너만 바라봐 : 내 옆의 스마트폰

2023.10.14

학력인정 위탁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오디세이학교’를 다닌 네 명의 청소년이 지금의 관심사에 대한 글을 보내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보통교과 시수를 최소화한 1년의 교육과정을 함께 경험한 이들은 지금 어떻게 세상을 알아가고 있을까요?(편집자주)


© pixabay

지금은 2023년,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친구들은 학원과 공부에 시간을 통제당하고 있고, 나라고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렇게 친구가 사라진 나에게 남는 시간, 파트타임으로 친구가 되어준 것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나이부터 시작된 질긴 한 인연이다. 다만 현재 이 친구는 나의 삶을 갉아먹는 친구로 진화했다.

그 친구는 바로 핸드폰이다. 나는 핸드폰에 귀속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고 안타깝게도 이 글을 쓰는 중에도 핸드폰은 내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나에게 핸드폰이란
어릴 때 핸드폰은 흔한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유일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심심함을 달래주고 친구와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고마운 친구였다. 그 당시 초등학생이 친구 사귀는 방법으로 팀 운동과 함께 “너 무슨 게임 해?”가 정말 잘 통했다. 그렇게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본격적으로 쾌락으로써 사용되는 핸드폰이 큰 마이너스로 다가오는 나이가 됐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는 마음만 먹으면 핸드폰을 끊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또한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늘어났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의 한 학기를 보냈고 수많은 수행평가와 각각 한 번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렀다. 성에 발톱만큼도 차지 않을 성적을 보고, 마음을 먹으면 핸드폰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내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어른들이 금연한다고 하고 일주일 만에 흡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무색하게 나는 하루조차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어려웠다. 번번이 실패하던 핸드폰을 쓰지 않겠다는 나의 노력은 남이 보기엔 무책임하게 뱉고 보는 객기일 뿐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옆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출처는 핸드폰이다. 노래를 듣는 등의 이점도 분명히 있지만 계속해서 SNS와 게임 등에 정신이 팔리면서 애물단지에 가까워졌다. 현재 나는 진행 중인 핸드폰과의 싸움에서 처참히 패배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가 핸드폰을 끊고 싶은 이유
핸드폰을 끊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공부를 위한 것은 아니다. 물론 공부도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삶을 즐기는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자연이 준 선물을 만끽하는 삶 말이다. 나는 즐기기 위한 조건도 잘 갖춰져 있다. 난 비둘기를 좋아하고 조류 도감을 사서 공부할 정도로 거리에 널린 새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또한 만드는 것과 만드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진로도 건축 분야를 생각하고 있어, 눈 돌리면 건물들인 거리는 온통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을 누리는 것을 핸드폰이 질투하고 있다. 핸드폰은 자기만 바라보길 원하고 나의 뇌를 그렇게 만들어간다. 연락을 받는다든가 노래를 듣는 등 다양한 이유로 핸드폰을 켜면, 여러 경로를 거쳐 결국 도착지는 유튜브나 SNS 아니면 게임으로 가는 일이 태반이다. 그 순간 나는 초점 풀린 눈으로 화면을 넘기다 적어도 30분의 시간을 뺏긴다. 이 행동의 슬픈 점은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있다면 자괴감과 허무함뿐이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현재 한국에선 핸드폰이 없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또한 나의 윗세대 분들의 얘기로는 핸드폰의 등장과 함께 낭만이 사라졌다고 한다. 길을 걸으면 인공 신체처럼 귀와 손에 전자기기가 장착되어 있는 ‘미래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 또한 그것이 내 모습임을 부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현실을 되돌아보면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흔히 내 나이에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학교, 학원에 갔다가 집에 와서 쉬는 것이 일상이다. 물론 핸드폰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동할 때조차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너무나 단순하고 메마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숫자와 글자 혹은 자연을 다 가려버리는 높게 들어선 회색 건물들, 청바지와 함께 흰색과 검정색 일색인 옷들. 우리가 실제 세상에서 보는 것들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핸드폰까지 개입하면 우리의 시야는 너무나 한정적이 된다. 이걸 본 오늘만이라도 핸드폰을 멀리하고 푸른 나무와 하늘을 보며 여유를 느끼고 화사한 색의 옷으로 지루하지 않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어떨까?

소개

박민용
서울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지난해 오디세이학교에서 1년 위탁교육을 받았고 지금은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이다. 오디세이학교에서부터 나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부모님 두 분과 동생, 반려견과 한 마리와 살고 있다.


글. 박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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