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청년협동조합 뒷북 구가온 이사장 (1)'에서 이어집니다.

ⓒ 청소년 진로 강좌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소통의 시간을 자주 가지나요?
뒷북을 결성한 후 맨 처음 한 활동이 ‘꿀잼작당회의’였어요. 조합원들이 2주에 한 번씩 모여 개인의 사소한 욕구를 드러내고 이를 조합원들과 함께 실행해보는 시간이었죠. 활동이 계속되고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는 데 익숙해지면서 ‘뒷북에서는 무엇이라도 같이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공동의 믿음이 생겼고, 그 믿음이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시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뒷북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진로 강좌’는 여타 진로 수업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진로 탐색은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서, 혹은 직업을 얻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평생 가져가야 할 과제인데 그 여정에서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자기 위치 파악(나란 사람은 무엇을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어떤 바람을 가졌는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청소년들이 진로를 탐색할 때 진학과 취업에만 갇히지 않고, 인생 전반에서 만나는 삶의 과제를 폭넓게 이해하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의왕청년정책네트워크 ‘ㅇㅇ’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청년들의 사소한 욕구에서 시작된 활동이 점차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뒷북은 설립 초기부터 지역의 청년 단체로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청년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해왔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뒷북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지역의 요구와 관심이 커지기도 했고요. 2018년에 6·13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의왕 청년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뒷북과 비영리단체 더불어가는길이 공동의 ‘청년정책 제안 준비모임’(이후 의왕청년정책네트워크 ㅇㅇ으로 전환)을 구성했어요. 이후 다른 지역 사례 조사와 의왕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거쳐 청년 정책 제안 및 질의서를 작성해 시장과 시의원 후보들에게 우리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했고, 선거 이후에는 당선된 의왕 시장님과 만나 다시 한번 종합적인 청년 정책의 필요성을 전달했습니다. 이 밖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진학 청년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비진학 청년 의제 발굴을 위한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하기도 했어요. 이 과정에서 2019년 7월 의왕시 청년 기본조례가 제정되고, 의왕시에 청년 전담 부서가 꾸려지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 청년공간뒷북 공사 후 전경
시간이 흐름에 따라 20대 초반이던 조합원들이 20대 후반, 30대가 되고 자연스레 조합원의 삶이나 욕구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 같습니다. 뒷북 활동으로 커리어를 쌓아 취업의 길로 들어서는 이들도 있을 테고요. 뒷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없나요?
앗, 굉장히 예리한 질문이네요.(웃음) 최근 뒷북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뒷북이 예전만큼 실험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조합원이 얼마나 활동하는지가 뒷북의 활력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인데, 아무래도 다들 나이를 먹어가고 자기 삶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데 관심과 에너지를 쏟게 되니까요. 사실 조합원이 계속 뒷북에서 활동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뒷북이 성장하는 만큼 조합원도 성장하는데, 뒷북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생각한다면 방향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갈 수도 있고, 다시 돌아와 그동안 쌓은 경험을 같이 나눌 수도 있겠죠.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뒷북은 계속 굴러갈 것이라는 꿈을 품고 있습니다.
뒷북을 찾는 이들에게 이곳이 어떤 공간이기를 바라나요?
뒷북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이런 소개 문구가 있습니다. ‘청년들의 작당, 작업, 작심의 공간. 삶의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행기로서 청년기를 보내는 이들에게는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공간과 여지와 기회가 필요해요. 뒷북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글. 김윤지 | 사진제공. 청년협동조합 뒷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