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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9 에세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이런 발견 저런 생각 (1)

2023.10.18

“영화제란 자고로 부산스럽고 소란한 게 맛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나만의 고요를 챙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봐야 한다. 그때만큼은 누구도 방해하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오면 오고 가는 길목에 반가운 얼굴, 오래도록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 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

국내 여러 영화제 일정을 따라 나의 업무 타임라인이 그려지다 보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가 있다. 계절은 가을로 성큼 들어섰고,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10월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달이다. 국내 최신 영화나 신인 감독의 영화는 물론이고 해외 영화제 화제작, 수상작, 기념할 만한 작품을 두루 볼 수 있기에 적극적인 영화 관객에게는 더없이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내 나름대로 지난해 영화제를 복기하며 올해는 창작자나 관객과 어떻게 만나면 좋을지, 일하는 도중에는 어떻게 또 다른 영화를 볼지, 그 와중에 어떻게 건강하게 일정을 소화할지를 궁리해보기도 한다. 영화제 후기는 기회가 된다면 다음 지면에서 풀어내기로 하고, 오늘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한국 영화에 대해 짧게나마 소개해보려 한다.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부터 신진 감독들의 데뷔작까지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는 최신의 한국 주류 상업영화를 발 빠르게 소개하는 한편, 새롭고 독창적인 한국 독립영화와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을 발견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간다.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한국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올해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2023)다. 2015년 출간한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소설이 출간된 지 8년 후에 우리 앞에 도착했다. 그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영화의 주인공인 20대 후반의 여성 계나(고아성)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생존 앞에서 막막하고 이곳에서 더는 다른 미래를 그리지 못해 떠나려 한다.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2022) 등을 연출하고 기획자이자 프로듀서로서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온 장건재 감독이 치열한 창작 과정을 거쳐 맺은 중요한 결실이다.

지난해 신설한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개봉 한국 상업영화를 소개한다. 먼저 전작 <독전>(2018)의 열린 결말을 이어받은 백종열감독은 강력한 범죄 액션영화 <독전 2>(2023)로 돌아왔다. 장르 고유의 맛을 한껏 살리면서도 감성적인 서사까지 솜씨 좋게 버무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콜>(2020)로 장편 데뷔한 이충현 감독의 신작 <발레리나>(2023)도 도발적인 장르물로 손색없다. 배우 전종서의 독보적 캐릭터 연기, 짜임새 있는 액션, 유려한 촬영에 더해 유명 뮤지션 그레이의 영화음악 작업까지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상영한 김창훈 감독의 데뷔작 <화란>(2023) 역시 강렬하다. 배우 송중기가 믿음직하게 중심을 잡고, 신예 홍사빈과 김형서 역시 새로운 얼굴로 활약상이 기대된다. 한국형 누아르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감독의 결기 어린 시도가 빛나는 작품이다.

이 글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이런 발견 저런 생각 (2)'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정지혜
영화평론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쓴 책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영화 ‘해피 아워’ 연출노트와 각본집>(2022, 모쿠슈라)의 한국어판에 평설을 썼다. <영화는 무엇이 될 것인가?–영화의 미래를 상상하는 62인의 생각들>(공저, 2021), <아가씨 아카입>(공저 및 책임 기획, 2017) 등에 참여했다. 영화에 관한 글을 쓸 일이 많지만, 언제든 논–픽션의 세계를 무람없이 오가고 싶다.


글.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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