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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0 에세이

〈장송의 프리렌〉 (1) :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난 우리는

2023.11.02

ⓒ <장송의 프리렌> PV 캡쳐 (출처: TOHO animation チャンネル 유튜브)

푸바오를 좋아한다. 요새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판다들이 점령했으며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매일 푸바오의 새로운 사진이 뜬다. 사과를 먹을 때도 귀엽고, 잘 때도 귀엽고, 사육사 ‘할부지’들 몰래 대나무를 서리할 때도 귀엽다. 귀여워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마음에 슬픔도 차오른다. 다가온 이별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우리가 다른 종이기 때문이다. 푸바오의 시간은 인간인 나의 시간과 다르고, 아기 판다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이 세상에 머무르는 시간은 나보다 짧다. 상상력이 지나친 나는 30년 후 할머니가 된 판다와 할머니가 된 나를 그려본다. 그때도 나는 이 아이를 기억할까? 푸바오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할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기분을 이해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면, 그와 내가 같이 있는 시간을 생각하게 되고, 다른 시간의 흐름을 깨닫는다.

<장송의 프리렌>(야마다 카네히토 글, 아베 츠카사 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은 이종족끼리 나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추억하는 만화다. 2020년 연재를 시작한 이 만화는 11권이 나온 지금 일본 현지에서 누계 판매 부수 1100만 부를 돌파했으며, 2023년 3분기에 매드하우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어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라프텔에서 시청 가능하다.) 언뜻 보기에는 판타지 모험물의 전형적 구조를 띠지만, 이 작품에는 후일담이라는 특성이 있다. 제목의 ‘장송(葬送)’이 이를 의미한다. 이제 세상을 떠난 동료들을 애도한다. 7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 흐른 후에 프리렌은 오래전에 친구들과 떠났던 길을 다시 밟으며 전에 미처 몰랐던 감정을 새로이 발견한다.

이런 설정이 가능한 건 주인공인 마법사 프리렌이 하이엘프 종족으로 수명이 1000년이 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도 프리렌은 여전히 소녀의 모습 그대로다. 마왕이 대륙을 지배하던 시대, 프리렌은 용사 힘멜과 성직자 하이터 그리고 드워프족인 아이젠과 함께 그를 퇴치하기 위한 모험을 떠났었다. 애니메이션 1부의 제목 ‘모험의 끝’에 맞게, 작품은 그들이 10년의 모험 끝에 마왕을 퇴치하고 개선한 시점에서 시작한다. 위대한 임무를 무사히 마친 이들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고 함께 축하한 후에 각자의 길을 떠난다. 세상을 돌다가 50년 후 옛 동료를 다시 만나러 간 프리렌, 하지만 시간의 변화를 겪지 않은 프리렌과 달리 친구들은 이미 늙은 몸이었다. 그리고 50년 전 약속한 대로 그들은 다시 함께 에라 유성군을 보러 간다. 그 후에 힘멜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의 장례식에서 프리렌은 자신이 이제까지 인간을 알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눈물을 떨군다. 이제까지 무감해 보이던 프리렌이 처음으로 보인 격한 감정이다. 이후 다시 시작된 모험은 프리렌이 인간을, 힘멜의 마음을 알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궁극적으로 죽은 힘멜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이 글은 '〈장송의 프리렌〉 (2) :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난 우리는'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박현주
작가, 드라마 칼럼니스트.


글.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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