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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0 빅이슈

신도림역 한성호 빅판 (1)

2023.11.12

몇 마디를 나누다 보니 ‘이 사람은 참 담담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희일비할 것 같지 않은 사람, 그래서 또 어떤 일에는 한없이 당당해질 사람 같았다. 인터뷰를 하며 이런 생각은 확신이 되어갔다. 신도림역 1번 출구에서 하루하루 담담하게 《빅이슈》를 팔고 있는 한성호(가명)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에게 그의 당당한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신도림역 한성호 빅판

빅판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사실 저는 《빅이슈》라는 잡지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어느 날 청량리 무료 급식소 밥퍼(밥퍼나눔운동본부)에 갔는데 빅이슈 직원들이 나와서 《빅이슈》에 대해 설명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다단계 회사인가 싶었어요. 경계심이 퍼뜩 들었죠. 그러고 나서 어느 날 탑골공원 쪽에 무료 급식을 먹으러 갔는데 거기 빅이슈 사람들이 또 나와 있더라고요. 근데 얼핏 들어보니 다단계 회사 같지는 않은 거예요. 그때 나온 분이 나이가 좀 있는 남자셨는데, 제가 관심을 보이니 자세히 설명해주시더라고요. 듣다 보니 다단계 같은 이상한 회사는 확실히 아니고, 잘만 하면 생활비 정도는 벌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무료 급식소 드나드는 사람들 이용해 먹는 부정적인 단체가 아닌가 의심했었는데,(웃음) 그런 의심은 사라지더라고요.

, 김형철 코디네이터를 통해 《빅이슈》를 알게 되신 거군요. 김형철 코디님도 사실 빅판이셨어요. 빅판으로 오래 일하시다가 경비원으로 취업하면서 자립에 성공하셨죠. 이후에 빅이슈 판매팀에 코디네이터로 입사하셨어요. 지금은 사정이 있어 그만두셨지만요.
아, 그런 분인 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그런가 유난히 더 자세히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더라고요. 의심과 경계심이 다 사라질 정도로요. 이후 빅이슈 사무실에 가서 양계영 코디님과 상담하면서 빅판을 해봐야겠다, 완전히 마음을 굳혔어요.

첫 판매지는 어느 역이었어요?
회기역에서 시작했어요. 제가 지난해 7월에 판매를 시작했거든요. 근데 회기역이 대학생들 방학 때면 지하철역을 오가는 사람이 확 줄어요. 7월에 시작해서 12월까지 무난하게 판매를 했는데, 1월에는 아예 안 팔리더라고요. 방학인 데다 맹추위까지 닥치니 학생들이 학교를 안 나온 거죠. 그래서 양계영 코디님이랑 상의해서 2월에 신도림역으로 판매지를 옮겼어요. 옮긴 뒤 판매가 그럭저럭 됐었는데, 7월에 폭염이 시작되니 또 잘 안 팔리더라고요. 이후 지금까지 계속 힘들긴 해요.

1년 반 정도 판매하셨군요. 그사이 가장 잘 팔린 건 몇 호예요?
<가비지타임>이 표지일 때 제일 많이 팔렸어요. 299호죠. 제가 호수까지 정확하게 기억해요.(웃음) 솔직히 말해 빅판 하면서 제일 좋을 때는 책이 많이 팔릴 때예요. 그때가 제일 좋고, 그다음은 판매가 덜 되더라도 좋은 독자를 만났을 때예요. 간혹 건강은 어떠냐고 한 번씩 물어봐주시는 독자가 있어요. 그럴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잡지 판매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들에게 인간적인 따뜻함 같은 걸 느낄 수 있으니까, 그게 좋아요. 지금까지 나쁜 독자는 한 사람도 없었어요. 찾아오시는 한 분 한 분이 모두 따뜻하고 친절하세요. 퉁명스러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서울의 지하철역 가운데 특히 붐비는 환승역의 하나인 신도림역에서 판매하는 건 어떠세요?
신도림역에서 판매해서 좋은 점은 잠깐씩 앉아 있을 데가 있다는 거예요. 50분 서서 팔다가 10분 정도 앉아 있거든요. 신도림역으로 오기 전에 건대입구역에서 잠깐 팔았는데, 판매는 거기가 더 잘됐을지 몰라도 거기는 앉을 데가 전연 없었어요. 신도림역이 판매는 좀 덜 되더라도 잠깐씩 앉을 데가 있어서 좋아요. 다리가 아파서 오래 못 서 있으니까요.

다리가 좀 불편하시지요?
30대부터 통풍을 앓았어요. 사고로 다리를 다쳤는데 통풍까지 겹쳐서 지병으로 굳어져버렸어요. 정형외과에서 완치는 어렵다고, 계속 관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이 한 시간 이상 서 있으면 다리에 더 무리가 가니까 50분 정도 서 있었으면 10분간은 꼭 쉬라고 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잠시라도 앉을 데가 있는 신도림역이 저한테는 맞아요. 근데 꼭 의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제 정든 독자도 있고 하니까 판매지를 옮기고 싶진 않아요. 판매지로 계속 신도림역을 고집하는 데는 이 이유가 더 커요.

이 글은 '신도림역 한성호 빅판 (2)'에서 이어집니다.


글. 안덕희 |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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