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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2 에세이

<리키시> : 스모를 보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생각하다

2023.12.07

ⓒ pixabay

넷플릭스에 스모를 다룬 일본 드라마가 나왔다고 해서 신나는 마음에서 찾아봤다. 스모를 알아서가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간에 해외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만들어진 각 지역의 문화를 엿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종의 여행 같은 거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또한 다른 문화를 살피는 건 그들을 아는 것 이상으로 우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대체 스모를 왜 하는 거야?
스모를 사랑하는 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스모라는 스포츠를 왜 하고 또 보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모 선수들은 다른 운동선수에 비해 멋있지도 않다… 고 말하는 건 너무 예의 차린 표현이고, 솔직히 추해 보인다. 몸은 성인병을 유발할 것 같고, 복장은 더 최악이다. 스모를 배운다고 해서 신체적으로 딱히 강해지지도 않을 것 같다. 물론 수련을 했으니 효과야 있겠지만, 다른 무예들과 비교하면 전혀 강해 보이지 않는다. 스모 선수 출신의 격투기 선수 중에 특별히 눈에 띄는 경우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물론 싸우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만, 스모는 확실히 어딘가 특이한 스포츠다.

드라마 제목은 <리키시>. 리키시(力士)는 ‘스모를 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내용은 전형적인 성장물이다. <슬램덩크>의 스모 버전이라 보면 딱이다. 주인공 오제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모를 하게 된 인물로, 스모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반항아다. 드라마 초반부에 오제가 스모를 ‘디스’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하는데, 앞에 내가 써놓은 편협함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다음 중요 인물인 쿠니시마는 정치부 기자였으나 스캔들에 휩쓸려 스포츠부로 좌천되어 어쩔 수 없이 스모를 취재하게 된 사람으로, 스모에 대해 전혀 모르고, 무엇보다 여성을 무시하는 스모계에 반발심이 크다.

한마디로 주인공들은 스모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은 채로 시작한다. 아마도 나처럼 스모를 표피적으로 아는 시청자들을 감안한 것일 게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하듯이 드라마가 끝날 때쯤이 되면 주인공들은 스모에 더없이 진심이 되며, 자신들이 깔보던 스모의 전통을 마음속 깊이 존중하게 된다.

먼저 총평을 하자면 이 드라마는 재밌다. 스포츠 드라마 특유의 재미와 리얼리티가 있고, 감동도 있다. 그사이 스모의 룰이나 전통, 현대 일본의 분위기 같은 것도 엿볼 수 있으니 문화 탐방이라는 목적도 어느 정도 달성한다. 드라마란 꼭 잘생기고 멋진 몸매의 주인공이 등장해야 한다는 편견만 극복한다면 시청을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다.

일본의 전통과 한국식 흥행
그런데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나서도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왜 스모를 하고 또 보는 걸까? 드라마를 재밌게 봤고 시즌 2가 나온다면 또 찾아볼 생각이지만, 주인공들이 말하는 스모의 매력에 끝내 공감이 되지 않았다. 이 정도 시간을 들였으면 조금의 매력은 느껴야 하지 않나? 나의 편협함을 탓하기에는 나는 너무 편협하기에 결국 내 방향은 ‘어떻게 이런 스포츠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느냐?’는 것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일본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전통을 지킨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는 전통을 안 지키느냐 하실 텐데, 그 방식이 다른 것 같다. 2019년 한국에서도 전통 스포츠인 씨름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갑작스러운 주목을 받으며 흥행한 적이 있다. 물론 이 사실을 지금 이 글을 보고 안 이들이 있겠지만,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시발점이었던 2018년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 결승전은 유튜브에서 4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흥행은 <리키시>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태도를 보여준다.

남성 씨름에는 금강(80kg 이하)과 태백(90kg 이하), 백두(140kg 이하)와 한라(105kg 이하), 총 네 개의 체급이 있다. 그런데 당시 흥행은 아래 체급인 금강급과 태백급이 중심이 되었다. 심지어 씨름을 소재로 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는데, 아예 두 체급만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격투기는 상위 체급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니 상당히 특이한 일이다. 실제로 최고 명예인 천하장사도 늘 상위 체급에서 나왔다.

그럼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훈련된 90kg 이하 남성의 피지컬은 요즘 미적인 기준에서 그야말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토르소 같은 신체를 가진 이들의 근육과 빠른 기술이 만들어낸 스피디한 게임에 매료됐다. 이 흥행에서 씨름이 한국의 전통 스포츠라는 건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물론 “역시 전통이 최고야.”라는 추임새가 따라붙었지만, 그건 의례적인 표현일 뿐이었다. <리키시>식으로 전통을 존중해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관점에서 매력을 발견한다. 만약 스모가 한국 스포츠였다면 진작에 도태되어 흔적만 남았거나, 규칙과 전통 상당수가 바뀌었을 것이다. 2019년 씨름은 전통이라서 재발굴된 것이 아니라 매력적이기에 발굴된 것이다.

모든 부분을 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이건 일본과 한국이 문화를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다. 일본이 훌륭하다거나 혹은 그 반대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각 국가별로 자신들의 처한 상황에 맞게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발전해왔다. 이제 세계의 주류가 된 K–콘텐츠는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요소별로 떼놓고 보면 전혀 한국적이지 않다. 오히려 무국적에 가깝다. 우리는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조합한다. 어제 힙합을 하다가 오늘 팝 음악을 하고 내일은 그런지를 하는, 한마디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계 유일의 가수가 케이팝 아티스트들일 것이다.

일종의 ‘근본 없음’, 이것이 한국의 매력이 될 것이라고는 어렸을 때만 해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은 경제도 문화도 이런 방식이었기에 발전해서 지금의 위치에 이를 수 있었다. 종종 심하게 전통을 강조하는 이들이 있다. 과거에 취해 그것을 재현하려는 이들도 있다. 각자의 방식이고 의견이 있으니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는 잘 맞지 않는 옷이다. 전통을 외치다 진짜 한국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

잊지 말자. 한국은 변화해서 살아남았다. 우리의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은 다이내믹 코리아다. 스모 이야기하다 참 멀리도 왔군.

추천 콘텐츠
제목
: <리키시>
플랫폼: 넷플릭스

포인트
스모의 이해: ★★
일본의 이해: ★★★
한국의 이해: ★★★

소개

오후(ohoo)
비정규 작가. 세상 모든 게 궁금하지만 대부분은 방구석에 앉아 콘텐츠를 소비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장 사적인 연애사>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등 여섯 권의 책을 썼고 몇몇 잡지에 글을 기고한다.


글. 오후 | 이미지. <리키시> 예고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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