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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0 인터뷰

체인지 러버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강지윤 미국 변호사

2024.05.16

법이 약자의 편이 되어줄 수 있을까. 공정성이 의심되는 판결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이다. 이익이 아닌 인권을 중심에 두고 공익 변호를 하는 시민 단체, 공감의 이름 역시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이름이다.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게 하는 데 가장 힘찬 발 구르기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 최초의 공익 변호사 단체인 공감은 2004년부터 수임료를 받지 않고 사회 약자와 소수자를 법적으로 돕고 있다. 공익 소송을 지원하고 법 제도를 개선하는 활동은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이자 거대한 사회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일이다.
“내가 모르는 다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아는 한 사람의 문제라고 느껴지면 일의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공감을 일터로 선택한 강지윤 변호사는 동료들과 함께 차별을 공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규정하고 개선하려 노력한다. 차별의 교차성을 인지하고 나와 우리가 모르던 일을 알고 있는 일로 치환하는 과정, 사회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다. 문제를 실감하는 것. 공감은 거기서 시작된다.


글. 황소연 | 사진. 김주희·장재완

지금 가장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공감에 있는 유일한 미국 변호사라, 국내 변호사님들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요. 제 담당 분야는 국제인권규범, 난민과 이주민 권리, 기업과 인권 등이에요. 시기에 따라서 업무가 조금 달라지긴 해요. 노동단체, 환경단체가 함께하는 기업과 인권 네트워크가 있어요. 한국 기업들의 해외 활동으로 발생한 인권침해나 환경 파괴 현황을 감시하고, 그걸 방지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지원 업무를 하는데, 그 업무의 비중이 요즘엔 가장 높아요. 또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 조약이 있어요. 정부가 조약을 어떤 식으로 이행하는지 보고서를 내고 UN 전문가위원회에서 심의하는 과정이 있거든요. 이에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 대응하는데, 활동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어요. 변호사 구성원이 아홉 명 정도 되는데 저희가 하는 분야도 아홉 개 정도예요. 혼자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가들과 연대해요.

출근 후 루틴은 어떤가요?
보통 이메일 확인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하는데요. 내부 회의도 있지만 외부 회의도 많아요. 기자회견에 참여하거나 피해자 면담도 하죠. 기업 이해관계자,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 국회에도 가요. 매일 업무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할까요.

공감에서 일하고 싶었던 이유는 뭔가요?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말레이시아에 있는 난민 지원 NGO에서 2년 정도 활동을 했고 정보기관에서도 국제인권과 관련된 업무를 했어요. 시민사회 단체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변호사 동료들을 만나면 업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는지 궁금해요.
로스쿨 동기나 이쪽 일을 하지 않는 친구들을 만나면 일단 되게 신기해하더라고요.(웃음) 반응이 다양한 것 같아요.

제일 최근에 하셨던 회의나 미팅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기업 해외 활동 관련해서, 한국 기업 본사에 서한을 보내고 인권경영 쪽 담당자들과 면담을 했어요. 입장 차이가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잘 설득할지 생각했었는데, 제가 세게 말하는 걸 잘 못 하거든요. 파이터 스타일이 아닌데…(웃음) 필요할 때 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말레이시아에서 NGO 활동을 하셨어요. 그 경험은 현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난민 신청인들이 난민 인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자문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여러 일을 했는데요. 로스쿨을 졸업하고 어떤 곳에서 일할까 고민하다 당사자분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난민 문제는 총체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요. 난민 개인의 권리에 사회보장과 특정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 등이 교차한다고 생각했죠. 제가 사실 말을 잘 못 해요. 변호사지만….(웃음) 그래서 ‘내가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긴 했어요.

언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역사를 전공해서 원래 학자가 될까 싶었어요. 읽고 쓰는 건 자신 있었지만 말하고 토론하는 건 어려웠고요. ‘변호사 같은 건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유엔난민기구라는 국제기구에서 잠깐 일하게 됐고, 전문성을 갖고 직접 당사자들과 만나면 좋겠더라고요.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론하는 것뿐 아니라 연구도 할 수 있고 제도 개선을 위해 활동할 수 있겠다 싶어서 로스쿨에 가게 됐어요. 학부 때 동아시아 근대사를 공부한 경험도 영향을 줬고요.

처음 만나는 분들께는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세요?
아예 모르는 분들한테는 공익 변호사 단체에서 주로 국제인권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려요. 잘 모르시면 부연 설명을 드리는데, 어떤 분들은 “왜 그런 걸 하냐.”고 묻기도 하세요.

활동가와 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이 일할 때 어떻게 나타나는지 궁금합니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데, 사실 미국에서 제대로 송무를 해본 적은 없어요. 국제법 등을 이용해서 법률 전문성을 가진 활동가라고 스스로를 인식해요. 전문성이 그쪽에 있다 보니까 법률 검토 등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꼭 거기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활동에는 다양한 방식과 전략이 있고, 변호사라고 하면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낮은 연차의 활동가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은 것 같고요. 제가 난민영화제를 개최하는 난민인권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데, 영화제 준비팀에서 영화도 선정하고 배급사에 연락하는 일도 해요. 법이랑 관련은 전혀 없지만 재밌는 업무죠.

공감 동료분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본인의 원칙에 굉장히 충실한 분들. 원칙과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른 단체에서 보면 ‘뭐 이런 거를 논의하나.’ 싶을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해요.

여가 활동을 뭘 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음악을 좋아해서 악기를 다루고, 직장인 밴드를 했었어요. 잠깐 쉬고 있는데 다시 하려고 해요. 옛날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LP도 모았었고요.

좋은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공동체 의식이 생겨서,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어요. 서로 보호해주고 챙겨줄 수 있는 사회요. 법으로 모든 게 규율될 순 없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존재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누군가 ‘왜 타인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야 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참 어렵지만, 그래서 규범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사회에서 도출되는 모든 의사 결정에 있어서, ‘법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까지 내 이익을 최대화하겠다.’는 게 미덕으로 자리 잡았잖아요. 다른 척도로 봤을 때 손해더라도 감수하려는 시도가 많아지면 어떨까 싶어요.

지윤 변호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의사소통의 팁은 뭘까요?
상대 입장을 잘 듣는 것뿐 아니라 입장을 이해하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듣는 사람에 따라 말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도 있고요. 말레이시아에 일하면서 그걸 많이 배웠어요.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다수라 법률 용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야 했거든요. 청중에 따라 말투나 방식을 바꾸는 연습을 하면 더 좋은 대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올해 생길 변화 중 기대되는 것이 궁금합니다.
업무적으로는 개별 기업들에 인권경영의 중요성을 알리고 제고를 요구하는 활동이 있어요. 사회권 규약이라는 국제 조약 관련해서, 위원회에서 의미 있는 국내 권고를 받아내 권익 옹호 활동에 활용하는 게 큰 목표고요. 개인적으론 운동과 악기 연주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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