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오화
시간은 없고 콘텐츠는 너무 많다! 매번 어떤 콘텐츠를 볼까 고민만 하다 시작조차 못 하는 이들을 위해 일단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웹소설을 소개한다. 키워드가 취향에 맞는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화’만 읽어보자.
글. 김윤지
죽음과 아름다움의 신 비옌드외의 사도, 신을 대행하는 자 김시백. 그의 기도에 신이 응하여 축복을 허락하고, 올곧은 용기가 병사들의 마음에 자리 잡는다. ‘막 슬레흐트’의 모든 교단을 통틀어 가장 순정한 성력을 지닌 그가 신마저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하는 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대한민국이 최초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시백은 대한민국의 월드컵 16강 진출로 온 동네가 뜨겁던 여름날, 균열에 휩쓸려 밤에 있을 경기를 보지 못하고 이세계인 막 슬레흐트에 불시착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정착한 지도 벌써 68년. 이제는 이곳이 고향이라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무디어지지 않는 그리움은 있다. 보육원 식구들. 펜싱 국가 대표로서 했던 노력과 쌓아 올린 업적들. 지구에서의 마지막 기억으로 남은 그 아이. 균열로 빨려들어가던 자신을 향해 뻗어오던 작은 손. 시백은 지금도 종종 아이의 손이 자신을 움켜잡는 꿈을 꾸곤 하지만, 지금 이곳은 그리움에 매여 있기엔 너무나도 혼잡하다. 그날도 시백은 세계를 멸망시키려 하는 혼돈의 대전사 에도커스를 토벌하기 위한 당대 최후의 성전에 참여하는 연합군들을 위해 기도를 올린 참이었다.
에도커스의 파괴와 동시에 종적을 감춘 시백. 그는 거짓말처럼 대한민국에 불시착한다. 이세계와 같이 마수들이 득실거리는 풍경에 혹시 또 다른 평행세계는 아닐까 의심하지만, 누군가의 등장으로 상황은 다르게 흘러간다. 어떤 모습으로 자랐을지 수십 년 동안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그 아이, 태운이 전혀 상상치 못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나면서. 족히 190은 되어 보이는 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삼백안, 심지어 얼굴엔 흉터까지 달고 있는 저 남자가 내가 다섯 살 때부터 업어 키운 그 애라고? 하지만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기댄 채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얼굴은 분명 태운이 맞다. 그나저나 자신이야 신의 가호를 받아 늙지 않았다지만 68년이나 흘렀는데 태운은 어떻게 30대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곧 시백은 남겨두고 온 세계와 이곳의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작고 귀여웠던 열네 살의 태운이 국내 유수의 길드장이 될 만큼 훌쩍 자랐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그 무엇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태운이 30대 중반의 장성한 성인 남성이라는 걸 잊은 듯 자꾸만 어린애 취급을 하는 시백과 그런 시백 앞에만 서면 순한 양이 되는 태운의 관계성은 주목할 만한 요소. 남들 눈엔 그저 열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마수의 목 아홉 개를 딴 잔인하고 무자비한 ‘미친개’일 뿐인 태운이 저보다 작은 시백에게 애교 섞인 어리광을 피워대는 모습이란. 태운에 대한 제삼자의 묘사를 보고 나면 섬뜩해하는 동료들의 반응에 절로 공감하게 된다. 오랜 시간 머무른 이세계를 그리워하다가도 자신을 맞아줄 사람들이 있는 이곳이 자신의 고향이라 마음을 다잡는 시백이지만, 태운의 폭탄 발언으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니 적어도 5화까지는 지켜보자.
장르: BL
회차: 60화 (24년 4월 23일 기준)
플랫폼: 리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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