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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1 컬쳐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 19990619, 김반월키, 정기가

2024.05.30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 질감이 어려 있는 기분 좋은 멜로디
19990619, 김반월키, 정기가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글. 월로비 | 사진제공. 포크라노스


<너의 생일날> 19990619


사운드클라우드를 기반으로만 활동하던 재야의 음악가들이 국내외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에 정식으로 음원을 발매하는 것만큼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 등록일을 기준으로 지난 4월 공개된 19990619의 이번 신곡 <너의 생일날>은 수년 전부터 온라인상에 꾸준히 업로드되며 많은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의 여러 작업물 중 하나다. 마치 통화음을 연상케 하는 자글거리는 목소리는 실제 아이폰으로 녹음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저음질’이라는 절댓값을 정서적인 온기로 상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러한 친밀함의 정서는 정식 발매를 통해 19990619라는 낯선 음악가를 처음 알게 된 새로운 청자들과의 거리감마저도 단숨에 좁힐 수 있었던 이유이기 때문이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쓰인 담백한 생일 축하 메시지처럼,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버릴 것 하나 없는 그의 음악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길 기대한다.


<빈자리> 김반월키



트랙 전반에 걸쳐 언플러그드 사운드를 사용한 포크 장르의 깊고 따뜻한 온도가 느껴지는 가운데 중간중간 사이키델릭한 서늘함이 도드라지는 순간을 경험하길 반복하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마지막 트랙을 맞이하게 되는 앨범. 김반월키라는 이름과 함께 정식 발매된 이번 정규 앨범 <빈자리>는, 이렇듯 리드미컬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사운드적인 구성 덕분에 40분 남짓한 러닝타임이 순간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듣는 이 없는 먹먹한 독백인 듯, 동시에 모두를 향한 결연한 선언인 듯 오묘한 문체로 이어지는 노랫말 또한 앞서 언급한 사운드적인 특징과 함께 김반월키의 음악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정규 단위의 작품에서만 맛볼 수 있는 포인트가 적재적소에 묻어나는 만큼 반드시 긴 호흡으로 감상해볼 것을 추천한다.


정기가


지난해 초, 본 지면을 통해 한 차례 소개하기도 했던 밴드 12–BH(원투비하이)의 멤버이자 기타리스트인 정기가가 일렁이는 봄기운을 가득 녹여낸 싱글 과 함께 솔로 아티스트로의 첫 발자국을 내디뎠다. 몽글거리면서도 나른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밴드에서의 기분 좋은 뉘앙스는 그대로 머금은 채, 한층 무게를 덜어낸 산뜻한 소리들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색깔을 덧칠해가고 있는 이번 싱글은 민들레 홀씨가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곡이다. 종아리보다도 낮은 곳에서 조용히 피어나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하늘로 날아오르며 봄이 왔음을 알리는 민들레 홀씨의 비행을 상상하며 듣는다면 은은한 미소와 함께 마음 한쪽이 따뜻하게 상기되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월로비 by 포크라노스
포크라노스는 현재 가장 새롭고 신선한 음악들을 소개하며, 멋진 음악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큐레이터이자 크리에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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