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덕희
<범죄사회>
<범죄사회>
정재민 지음, 창비 펴냄
‘안전한 삶을 위해 알아야 할 범죄의 모든 것’이란 부제에 걸맞게 범죄에 관해 A부터 Z까지 모두 담은 범죄 해설서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강력 범죄가 일상을 위협하는 사회로 전락하게 된 경위를 분석하고, 강력 범죄 문제와 형사 제도를 둘러싼 대중의 의문과 오해를 해소하며, 정의롭고 안전한 미래를 위한 제도 변화까지 제안한다. 법조인인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다루는데, 여기에 판사, 군검사, 법학 박사, 법무심의관 등을 거친 전문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저자는 사람이 사는 듯 살 수 있는 사회여야 범죄가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게 밥을 먹고 감미로운 커피를 마신 뒤에 ‘아, 진짜 기분 좋다. 이제 슬슬 강도나 하러 가볼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 직장에서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충분한 보수를 받고, 동료들과 우호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퇴근하자마자 갑자기 복면을 쓰고 강도를 하러 나서거나 (…) 살인 예고 글을 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회의 ‘범죄’를 조명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가 다루고자 한 것은 한국 사회의 공평과 정의 문제가 아닐까. 이제는 못 먹고, 못 입고 사는 시대는 아니기 때문에 물질적인 것이 공평하게 주어지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바로 정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일수록 범죄는 덜하기 마련이다.
<매일을 쌓는 마음>
<매일을 쌓는 마음>
윤혜은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자신이 운영하는 작은 책방에서 매일 글을 쓰는 작가의 에세이다. 10년간 아주 두꺼운 일기장들을 꽉 채운 ‘일기 인간’ 윤혜은에게 ‘오늘’은 ‘나’라는 문장으로 겹겹이 쌓아가는 여정의 연속이다. 쓰고 또 쓰고, 우정을 나누고, 주변인과 일상의 사물을 관조하며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쌓아간 기록의 행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오늘 하루도 나로서 살아가는 스스로가 기특해진다. 저자는 정성껏 하루하루를 찬찬히 쌓아 올리는 마음이 결국 그 사람의 삶이 된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으로 십 수년간 일기 쓰기를 빼먹은 날이 없을 정도로 기억과 기록에 집착한다.
그는 자신이 쓰는 일기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일기를 쓴다는 건 오늘이 지나면 사라질 노선을 마지막으로 운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왕이면 사려 깊은 운전자가 되고 싶다. 가까워지는 정류장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보여도 슬며시 속도를 늦추고, 골목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올지 모를 누군가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다.” 독자들도 책을 펼쳐 그의 마지막 노선에 함께 탄 사려 깊은 승객이 되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일기는 ‘잠깐일지라도’ 인간을 순하고 사려 깊게 만들어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