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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2 컬쳐

MOVIE -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

2024.07.18

글. 김송희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스틸 ©찬란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

출연: 낸 골딘

개봉: 5월15일

세계적인 사진작가 낸 골딘은 자신의 사진이 전시될 수도 있거나, 혹은 전시를 계획 중인 유수의 박물관을 친구들과 방문한다. 미술품을 관람하거나 전시 기획이나 영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위를 하기 위해서다. 낸 골딘의 주도 아래 P.A.I.N(옥시콘틴 반대 단체)이라고 이름을 내건 단체는 갑자기 약통을 공중에 던지고는 시체처럼 전시관 바닥에 드러눕는다.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는 많다. 특히 사진가는 시위 현장을 찾아 주로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기록한다. 낸 골딘은 카메라를 들고 시위 현장을 찾지 않는다. 그 스스로가 옥시콘틴에 중독이 되어 죽음 직전까지 갔었던 ‘생존자’이기에 직접 미술관에서 기습 시위를 펼친다. 옥시콘틴의 제약사인 퍼듀 파마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은 미술관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기부해 문화 활동을 펼쳐 자신들의 악행을 덮는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건물 내부에도 새틀러 가문의 이름이 각인되어 있다. 미술관을 중점으로 ‘대형 제약 회사’가 마약 약품을 함부로 용인하고 광고해 미국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현실을 폭로하는 것이 낸 골딘의 활동이다. 이 영화는 사진작가이자 활동가이자 퀴어이자 생존자인 낸 골딘의 전기 영화다. 예술 활동으로 현실을 바꾸려 하는 낸 골딘의 현재와 70년대부터 자기만의 예술 세계로 사진 작업을 해온 낸 골딘의 사진을 교차시키며 그의 일생을 훑는다. 낸 골딘의 언니 바바라는 어린 시절 자살했다. 아니, 부모의 방치와 학대 속에서 죽음을 선택했다. 그녀의 죽음은 영화 초반에 배치된다. 거기서부터 낸 골딘은 말하기 시작한다. 나는 나를 부정하는 부모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했을까. 낸 골딘의 삶은 투쟁이었고 여전히 그는 투쟁을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예술가의 일생과 작업을 그림과 동시에 ‘당신은 자신다움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되묻는다.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 스틸 ©(주)넘버쓰리픽쳐스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

감독: 양경희

출연: 원태민, 도우

개봉: 5월15일

어릴 때 함께 자란 호태(원태민)와 동희(도우)는 고등학생이 되어 오랜만에 재회한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잠시 호태의 집에 머물게 된 동희는 호태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우정이 아님을 감지하고 일부러 거리를 둔다. 학생회장에 모범생인 동희와 달리 호태는 공부보다는 운동이 좋은 수영부원. 동희가 자신을 멀리하자 호태는 동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웃겨주려 노력한다. “너 왜 형이라고 안 해?” “앗, 웃었다.” 등의 대사와 함께 모범생과 반항적인 운동부라는, 청춘물의 익숙한 구도가 간지러운 설렘을 준다.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는 웹툰 원작의 BL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의 호태–동희의 과거를 스핀오프로 제작한 영화다. 원작 외전에 짧게 언급됐던 호태–동희의 고교 시절 못다한 이야기를 원작보다 길게 확장했다. 서로 좋아하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 바라보던 시선이 어긋나는 10대 시절의 풋풋한 로맨스를 아릿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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