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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2 컬쳐

BOOK -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2024.07.18

글. 안덕희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

이연숙 지음, 난다 펴냄

닉네임 리타, 비평가 이연숙의 두툼한 산문집이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작가가 블로그와 메모장에 쓴 일기를 편집하고 제목을 달아 총 182편의 글을 실었다. 예술가, 여성, 퀴어, 가난, 가족, 섹슈얼리티, 글쓰기… 이 다양한 키워드들이 교차하며 직조해 거대한 텍스트의 직물을 짜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이연숙이라는 하나의 문제적 인물, 그와 얽힌 무수한 문제적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상황들은 하나의 궤를 갖는데, 그것은 ‘정상 사회’, ‘정상인’에 대한 의구심 혹은 반기일 것이다. 뛰어난 미학적 감각과 지적 능력을 가졌지만 “온종일 존재를 노출당한 것만으로 폭격을 당했다고 느끼는 취약한 영혼”의 불안과 예민, 예술성이 책 속에 뒤엉켜 있다. ‘그런 식으로 살지 않을 수 없는’ 정상 사회 속 패배자들의 반복되는 실패의 생채기가 혼란스럽게 쌓여 있다. 그 생채기들이 독자에게도 너무 아프게 전해져, 20대의 바짝 벼려졌던 날이 좀 무뎌져서 그 생채기가 아무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저자가 좀 덜 취약한 영혼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게 된다.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김지우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산문집 <하고 싶은 말은 많고요, 구릅니다>로 어리고 장애가 있는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던 유튜버 구르가 쓴 인터뷰집이다. 책은 그가 “휠체어 탄 언니들 이야기만 왕창 듣고 싶다!”는 사심을 품고 기획한 메일링 서비스에서 출발했다. 그의 레터에 수많은 장애 여성 구독자들이 화답했는데 10대에서 60대까지, 소녀에서 할머니에 이르는 여자들이 용기와 유머,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중 책에는 청소년, 비건, 장애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유시민, 휠체어를 타고 짜릿한 스피드를 내며 운동하는 주성희, 장애 여성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홍서윤, 내 일만큼은 제대로 해내는 사업가이자 엄마인 박다온, 더 많은 장애인을 세상 밖으로 안내하는 여행 작가 전윤선, 휠체어 위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교수 김효선, 이 여섯 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 이야기들에는 자기 삶을 소중히 일구어나가는 사람의 긍지와 자존감이 반짝인다. 이제 이들의 바퀴는 더 멀리, 넓은 곳을 굴러 더욱 반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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