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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3 컬쳐

디저트가 필요한 순간 - 언제나 별처럼

2024.07.22

글 | 사진. 김여행

가고 싶은 곳을 발견하면 항상 지도 앱에 저장해둔다.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간 별 표시 덕분에 이제 내 지도 위에는 은하수가 있다. 어느 지역을 가게 될 때면 이 은하수 속을 여행하듯 찍어둔 별 하나하나를 살피곤 한다. 그 수많은 별 중에서도 파티세리 ‘무스티에’는 작년 10월 즈음부터 내방역과 방배역 사이에 살포시 자리한 별이었다. 서촌에 있었던 모드니에를 종종 가곤 했는데, 그곳에서 일하던 파티시에가 새로이 문을 연 가게다.

무스티에는 여러 케이크를 비롯해 마카롱, 구움과자, 페이스트리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우롱차와 말차, 녹차, 재스민, 메밀 등 주로 차에서 만날 수 있는 재료를 디저트라는 형식 속에 다채롭게 담아내는 점이 인상적이다. 가장 궁금했던 메뉴는 ‘우롱 타르트’였는데 맛도 물론이고 글루텐 프리라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었다. 보통 타르트는 밀가루로 만들지만 무스티에의 우롱 타르트는 밀가루 대신 메밀을 이용한다. 좀 더 고소하고, 메밀 특유의 향이 우롱차 향 입은 마스카포네 크림, 가나슈와 근사하게 어우러진다.

구움과자가 맛있을 것도 진작에 예상했지만, 특히나 마음을 빼앗아 간 건 재스민 마들렌이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와중에 피어나는 향기로운 재스민 향, 약간의 식감과 산미를 더해주는 파인애플 조각. 먹자마자 행복해지는 맛이다.

달콤, 상큼, 바삭, 세련, 디저트의 미덕이 한입에

누가 봐도 프랑스식 파티세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에클레어, 파리 브레스트, 오페라, 밀푀유 등 클래식한 디저트가 많은 데다 본질에 충실하다. 산딸기 시즌을 맞아 산딸기 크림과 산딸기 캐러멜, 산딸기 샹티에 푀이타주로 이루어진 ‘밀푀유 후람보아즈’는 바삭한 푀이타주와 입안 가득 차는 부드러운 크림 속에서 새콤달콤한 산딸기 맛이 주인공처럼 돋보인다. 피스타치오 크림을 채운 파리 브레스트, ‘무스티에 서울’도 전체적인 층위의 균형감이 아주 좋아서 크게 잘라 입에 넣고 고소하고 달콤한 피스타치오의 향연을 만끽하고 있노라면 프랑스가 부럽지 않다.

프랑스 남동부에 ‘무스티에 생트마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에서는 언제나 별을 볼 수 있다. 마을에 있는 높은 절벽 사이에 줄로 매달아둔 별 조형물. 멀리서 보면 정말로 하늘에 뜬 별과도 같다. 누구도 유래를 알 수 없을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하니 사실상 별로 봐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무스티에는 이 무스티에 생트마리 마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내게는 이미 지도 위 반짝이는 별이지만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도 디저트로, 공간과 기억으로 반짝이는 곳이 되기를 바라면서.

무스티에

서울 서초구 방배로20길 8–6 1층

11:00~19:00 (월 정기휴무)

인스타그램 @moustiers.kr


김여행

먼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X 계정 @_trave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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