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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4 커버스토리

Keep shining - 이근호 전 축구 선수,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 조직위원장

2024.07.24

많은 팀에 몸담았던 경험과 국가대표로서의 경력까지, 20년간 그라운드에서 축구 선수로 뛰었던 이근호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 조직위원장을, 팬들은 뜨거운 대구FC의 ‘태양의 아들’로 기억한다. 은퇴 결정에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었다는 그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여러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이사, 해설위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장, 축구 아카데미 대표, 홈리스월드컵 조직위원장까지. 후회 없이 선수 인생을 마무리한 그에게 축구는 인생의 역사이자 앞으로 나아갈 시간의 자산인 듯하다.

오는 9월 아시아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진행을 위해, 이근호 조직위원장은 홍보에 더 힘을 쏟을 예정이다. 2003년 시작되어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홈리스월드컵은 홈리스 상태에 있는 전 세계 주거취약계층의 위기를 종식하기 위해 존재한다.

선수 은퇴 이후 그를 수식하는 말이 다양해졌지만, 본인은 무던하다. 그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나설 뿐이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붙잡았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두려움이 없었다.”(2023 대구FC 다큐멘터리에서)고 20년 축구 인생을 돌아보는 이근호의 은퇴는 분명 아쉽다. 그렇기에 축구와 끈끈하게 연결된 그의 행보는 팬들에게 새로운 여운을 준다. 무언가 끝까지 쏟아부은 사람이 내딛는 다음 발걸음은 언제나 흥미롭다.


글. 황소연 | 사진. 박기훈 | 스타일리스트. 정소연 | 헤어. 조은혜 | 메이크업. 김민지

선수 은퇴 반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맡고 있는 역할이 다양한데, 달라진 일상에는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요.

평일에는 축구 해설부터 아카데미와 관련한, 제가 맡은 여러 가지 일을 하고요.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에요. 축구 선수협회 일도 그렇습니다. 선수 은퇴하고 나서 제가 어떤 일을 할지 정확하게 기준을 정해놨던 건 아니에요. 여러 가지 일을 해보자는 생각 정도는 있었지만요. 축구 선수였을 때는 축구를 최우선순위에 뒀다면,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경험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중엔 다양한 일을 하고, 주말엔 16개월 된 아이 육아에 모든 힘을 쏟고 있어요.

조직위원장이라는 자리가 다소 부담될 있는데도 승낙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선 한준희 해설위원님의 부탁이 있었어요. 대화를 하면서도 그랬고, 홈리스월드컵에 대해 처음부터 어렵게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았고요. 축구를 통해 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궁금했던 건 홈리스월드컵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였어요. 조직위원장이라는 명칭 자체는 좀 다가가기 어렵더라고요. 다만 제 자리에서 적극적인 홍보 등의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뭔가를 결정하고 이끌어나가는 역할이었다면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했을 텐데, 그런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해보겠다고 생각하면서 제안을 수락했어요.

선수 은퇴 유튜브 콘텐츠에도 많이 출연하셨는데, 제안을 승낙하는 기준이 있었나요?

동료들의 유튜브 채널에 많이 나가게 됐죠. 축구를 하면서 친해진 선배나 친구들 채널이었는데 마음도 편안한 자리라서 출연할 수 있었어요.

조직위원장으로서 홈리스월드컵 진행과 준비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은 뭔가요?

실무적인 부분에 관여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안했을 때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오늘 같은 화보 촬영과 인터뷰도 그렇고요. 시간을 할애하는 게 필요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을 듯합니다.

아직 홈리스월드컵의 존재를 모르는 분들도 많아서 그게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홍보를 중점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또 일반적인 축구 경기와는 규칙이 달라서 그런 부분이 생소하게 다가갈 수 있고요. 9월 개최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은 아니라서, 이 국제 대회가 잘 치러지기 위해 많은 관심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 관심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고요.

축구 이외의 취미나 즐기는 활동이 궁금합니다.

워낙 활동적인 걸 좋아해요. 축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편인데, 친구들과 농구도 많이 하고 골프도 치고 있고요. 웬만한 스포츠 경기는 관람하는 것도 좋아해요.

축구 선수를 비롯한 운동선수들에겐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이 필요하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젊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전 결국 운이라는 것도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찾아온다고 느껴왔어요. 스스로 느끼는 꾸준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축구뿐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꾸준함이 바탕이 되어야만 결과가 좋았어요.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대구 지역 저소득층 아동에게 풋살화를 지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부터 기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내 직업인 축구를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주변에서도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요. 기부를 하는 일을 크게 숨기지 않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좀 생긴 것 같습니다. 전 나누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좋은 일은 알아야 한다고 봐요. 다른 이유 없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한 것뿐이에요.

대구FC 팬들에겐 이근호 선수의 은퇴가 굉장히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지도자 역할을 맡아 팀에 남아주길 바라는 팬들이 많았을 텐데요.

지도자로서 아직 자격을 못 갖췄다고 생각하고, 심적으로도 대비가 좀 덜 된 상태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축구를 누군가에게 배워본 적은 있지만 아직 가르쳐본 적은 없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지도자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가르치고 이끄는 무게가 느껴져서인가요?

한 팀에 소속되어 선수로 뛸 때는 제 역할에 집중하면 되는데, 어떻게 보면 지도자는 모든 선수들을 끌고 나가야 하잖아요.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울 듯해요. 또 최근 들어 축구 자체가 더욱 많이, 자주 변화하고 있어요. 공부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그런 점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20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 은퇴 후 바로 지도자를 하기에는 종합적인 면에 있어서 에너지가 좀 부족하달까요, 그런 걸 느꼈어요.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충족하고 다시 생각해보려고 해요.

프로로 뛰면서 중복 포함 10 팀에 몸담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은 역시 대구FC인가요?

맞아요. 아무래도 선수 시절 초반에 정말 좋은 기회를 얻었고, 또 많은 분들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셨고요.

당시 대구FC 감독님도 은퇴를 많이 말리셨죠. 결심이 굳건했나요?

전부터 계획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이 흔들리지는 않았어요. 얼마 안 된 고민이었다면 결정을 바꿀 수 있겠지만요. 오랜 계획을 바탕으로 정한 일이라 아쉽거나 흔들리는 일도 전혀 없었죠.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장직도 맡고 계시는데요. 선수협에서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우선은 선수들의 인권 보호와 같은 지점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고요. 관련한 사안에 대해 선수들에게 의견을 듣고 그걸 취합합니다. 이사회를 분기별로 여는데 그때 모여서 큰 안건들에 대해 회의하고 또 그걸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지,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이야기해요. 특히 선수들에 대한 교육, 초상권 보호 등 여러 사안을 논의합니다.

선수협 회장도 선뜻 맡기는 어려운 직위 같습니다.

사실 전 선수 시절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진 못했어요. 선수로서 부당함을 겪어본 적이 없기도 하고요. 근데 주변의 후배들이 저에게 어떤 어려움을 이야기했을 때, 그 부분에 대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맡게 된 측면이 있어요. 중압감 같은 건 딱히 들지 않았는데, 돌이켜보면 그래서 결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선수협 관련 일은 언제나 걱정이 많고, 쉽진 않아요.

오랜 선수 생활을 돌아봤을 스스로 자랑스러운 순간은요?

마지막 은퇴식이요.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요. 물론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의미 있는 골도, 경기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별 탈 없이, 남들에게 박수 받으면서 떠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가장 뜻깊었어요.

왠지 플레이백 되는 경기가 있을 같았는데요.

오래전부터 은퇴식을 떠올렸거든요. 한 3년 전쯤? 그 부분을 구단에도 공유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시즌 말에 은퇴식을 준비했으니까, 전 제가 생각한 대로 모든 게 맞아떨어져서 좋았어요. 경기도 이겼고, 날씨도 좋았고, 지켜보는 팬도 많이 계셨고요.

운동선수가 가져야 가장 중요한 역량은 뭘까요?

저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축구에 임하는 자세와 인성, 이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런 선수들이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했고요. 저 역시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버틸 수 있었어요. 그걸로 인해 지금까지 뛰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보다 더 훌륭하고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제 경험으로는 그게 더 중요한 듯해요.

국가대표 경험, 국가대항전 토너먼트 경험을 반추했을 2024 홈리스월드컵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아무래도 국제 대회는 한국 선수들과 뛰는 대회와 다르긴 해요.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우리 선수들이 준비했던 거 다 쏟을 수 있도록, 멘털을 잘 가다듬고 안정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외국 선수들하고 경기하다 보면 축구가 또 새롭게 다가오거든요. 피지컬적으로도, 기술적인 부분도 그래요. 거기에 너무 영향을 받기보다는 우리가 준비해온 걸 열심히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시절 마인드컨트롤, 멘털 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제가 인천유나이티드 FC에 있을 때 장외룡 감독님께서 항상 하셨던 말씀이 있어요. 인내, 노력, 희생. 세 단어를 항상 되뇌면서 멘털을 잡았던 기억이 나네요. 제 플레이가 좋았던 경기를 많이 되돌려 보면서 자신감을 얻기도 했고, 일어나지 않은 경기의 순간을 상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축구 선수 이근호로서 좋아했던 단어들이 있으셨다고요. 저돌적이다, 투쟁심이 있다, 포기하지 않는다 같은. 이제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그냥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네요.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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