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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6

오후의 시각 - SNS는 마약? 세계에 퍼지는 SNS 금지법

2024.08.20

글. 오후

지난 4월, 프랑스 정부의 의뢰를 받아 SNS가 청소년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전문가 10인(중독 전문 정신의학과 교수, 신경학자 포함)은 “청소년의 SNS 사용을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결과를 냈다. 최종 결과도 파격적인데 꼼꼼히 살펴보면 세부 사항은 더 파격적이다. 3세 미만 영유아는 TV를 포함한 영상 시청을 전면 금지해야 하며, 3~6세는 교육적인 영상을 성인이 동반했을 때만 시청 가능, 휴대전화 사용은 11세부터,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접속은 13세부터 하라고 권고했다. SNS 사용은 15세부터 가능하지만, ‘윤리적인 SNS’로 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이들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은 윤리적인 SNS가 아니다. 그 외에 청소년이 하는 SNS가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법을 만들기 위한 사전 단계의 연구였기에 프랑스 정부는 보고서가 발표되자마자 이를 기초로 SNS 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현재 프랑스 정치가 의회 해산과 총선거 등으로 혼란한 상황이어서 법안이 실제로 제정될지는 미지수다.

중요한 것은 SNS를 금지하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SNS 금지법 혹은 이에 상응하는 법을 만들었거나 만들려는 국가들을 보면 흔히 국민을 통제한다고 여기는 국가(예를 들어, 중국)가 아니라 자유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서구권 국가들이다. 호주에서는 여야가 합심해서 SNS 금지법을 내놓았고, 영국은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미국 일부 주에서는 금지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뉴욕시의 경우 청소년에게는 기업이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우회적인 방식의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당연히 중국은 이미 SNS를 통제하고 있다.

SNS는 인류에게 해롭기만 한 것인가? 아마 사람마다 상황마다 평가가 다를 것이다. 정체성 혼란을 겪던 퀴어 청소년이 SNS를 통해 외부와 소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긍정적인 사례도 있고, SNS를 통해 왕따가 확산되고 되려 정체성을 잃는 부정적인 경우도 많다. 물론 세상 모든 게 그렇듯이 장점과 단점은 공존하며, 그 둘은 늘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어쨌든 SNS가 최근 일어나고 있는 많은 부정적인 일들의 직간접적 원인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되는 모양이다. 개인 차원에서 보면 SNS는 자존감 하락, 삶의 만족도 하락, 지능 저하, 집중력 하락 등 피해를 끼치고 사회적으로 보자면 조리돌림, 서열화, 획일화, 확증편향의 원인이 된다. 심지어 연애와 결혼,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 역시 SNS의 영향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 내 연구에 따르면 하루 세 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불안과 우울증 위험이 두 배 이상 높다고 한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SNS를 금지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며 SNS를 마약 이상으로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 모든 불행이 정말 SNS 때문인지, 단순히 SNS로 표출되는 건지, 혹은 그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상관관계는 확실해 보인다.

문제가 있으면 금지해도 되는가?

SNS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이 그렇다니 그렇다고 하자. 그럼 다음 질문. 문제가 있으면 금지해도 되는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Years and Years〉에는 이와 관련해 매우 현실적인 장면이 나온다. 한 극우파 정치인이 아이들에게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 기기 사용을 강제로 막음으로써 대중적 인기를 얻는다. 그의 퍼포먼스는 시원시원하고, 대중은 열광한다. 아이들은 분노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청소년 SNS 금지를 단순히 인기에 영합하려는 표퓰리즘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진 않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으며, 우리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자들이 그렇게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냥 다수의 힘으로 보기 싫으면 치워버리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하는 반감마저 든다. 푸틴도 러시아 국민들의 열광적 지지로 당선되지만 우리는 러시아를 민주 국가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정책이 꼭 극우의 전유물은 아니다. 실제로 SNS 금지법 논의를 보면 좌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고민도 아이를 키우지 않는 나 같은 한량이나 하는 것이지, 아이를 키우는 친구 다섯 명에게 물어보니 모두 열렬하게 찬성했다. 아마 100명에게 물어봤다면 100명 모두 찬성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인들도 그렇게 적극적이겠지.

하지만 잊지 마라. 우리는 이와 거의 비슷한 장면을 대중가요, 만화, 게임이 등장했을 때 보았다. 그리고 이를 막으려고 했던 시도 대부분은 비웃음으로 마무리됐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다. SNS는 이전 사례와는 경우가 다르다고 믿고 싶지만, 멀리서 보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 치러진 프랑스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이 143석을 차지했다. 극우에 대한 반발 덕분에 제1당이 되진 못했지만, 총선 직전까지는 지지율 1위를 달렸으며 당 역사상 최대 의석을 차지했다. 어디 프랑스뿐인가? 유럽 전역에 극우 열풍이 거세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수많은 스캔들 속에서도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나머지 세계도 마찬가지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극우의 시대다. 간판이 꼭 극우가 아니더라도, 정당명에 국민이나 민주, 개혁이나 혁신, 진보가 들어가더라도 작동하는 방식은 하나같이 극우적이다. 괴물과 싸우려고 괴물이 된 건지, 원래 괴물이었는데 이제 대놓고 바지를 벗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이 글은 SNS 금지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아니다. SNS를 제약하든 아니든 필요에 따라 하면 되고, 나는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수용할 용의가 있다. 양측 주장이 다 일장일단이 있으니까. 다만 그 방식이 제발 많은 이들이 원하는 시원시원한 방식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의 희망과 달리 민주주의란 원래 끝없는 토론과 불협화음, 무엇보다 불만족스러운 결과로 완성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견을 하나 내자면, SNS는 청소년보다 성인에게서 먼저 빼앗아야 할 것 같다. 이게 가장 극우적인 발언인 것 같지만, 어차피 그렇게 될 리는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


오후(ohoo)

비정규 작가. 세상 모든 게 궁금하지만 대부분은 방구석에 앉아 콘텐츠를 소비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장 사적인 연애사〉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등 일곱 권의 책을 썼고 몇몇 잡지에 글을 기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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