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소연
SNS에서 ‘Summer aesthetic’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직역하면 ‘여름의 미학’, 여름을 나타내는 미적 감각이나 미의식, 가치관을 뜻한다. 영미권과 아시아권이 생각하는 여름 미학에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반짝이는 바다의 파도부터 아기자기한 소품,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과일과 꽃 등의 사진으로 대표되는 ‘여름 감성’이다. 눈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을 넘어 여름의 추억을 조작하는 청량하고 산뜻한 음악 추천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여름 미학과 내 여름 감성은 차이가 있다. 나에게 여름은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특집, ‘여드름 브레이크’로 대표된다. 2009년 6월, 2회차에 걸쳐 방영된 이 에피소드는 보자마자 “예쁘다”는 탄성이 나오지도 않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식하기 좋지도 않다. 다만 6월의 고조되는 여름 분위기와 로드 액션, 심리전이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자아낸다. 멤버들과 시민들의 여름 옷차림, 추격전의 배경이 되는 도심 곳곳에서도 여름을 물씬 느끼기 좋다. 탈옥수와 형사 팀으로 나누어 출발하는 남산에서의 출발 장면, 해지는 풍경도 더운 날씨와 여름의 저녁 바람을 실감하게 만드는 장치. “실례가 안 된다면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 주십시오.”, “차이나타운은 온통 빡빡이야.” 같은 명대사에 웃다 보면 열대야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K-여름 미학을 즐기고 싶을 때면 떠오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