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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6 컬쳐

BOOK -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엔딩까지 천천히〉

2024.09.02

글. 안덕희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김원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이보그가 되다〉(공저)의 저자이자 변호사, 그리고 장애인인 김원영의 신작이다. 신체가 부각되지 않을 수 있는 변호사의 삶을 그만두고 툭 불거진 가슴과 가느다란 다리를 내보이며 춤을 추는 무용수가 된 저자는 이 책에서 고백한다. 장애인 차별을 비판하고 정치 주체로서 이들의 평등을 주장해왔지만 스스로의 몸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긍정할 수 없었다고.

저자는 프릭쇼에서 공옥진의 병신춤을 거쳐, 오늘날 장애가 있는 무용수들을 다루며 ‘기이한’ 신체가 무대에 등장한 사건들을 조명한다. 최승희, 니진스키 등 동서양의 뛰어난 무용수들을 호출하고 국내외 장애인 극단과 무용 팀의 목소리까지 생생히 전한다. 정상과 비정상, 다수자와 소수자, 동양과 서양 등 비대칭한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몸에 새겨진 질서와 그 질서를 전복하는 현장을 들여다본 이 책은 각기 다른 몸들이 열어갈 평등한 무대를 꿈꾼다. ‘차별’과 ‘평등’이란 말은 한국 사회에서 어느새 그 의미가 얄팍하고 진부해졌다. 저자는 이 단어들을 치열한 삶의 무대로 다시 한번 끌고 나와 독자들에게 펼쳐 보인다.

〈엔딩까지 천천히〉

이미화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영화가 삶의 크고 작은 순간마다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준다고 믿는 이미화 작가가 일상의 고민과 인생의 질문들을 마주하며 아끼는 영화들을 꺼내놓았다. 관여도 참견도 없이 다만 사려 깊게 건네는 이 스물다섯 통의 영화처방 편지는 때로 영화 깊숙이 들어가고 때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며, 우리로 하여금 저마다 바라는 엔딩을 다시금 꿈꾸게 한다.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인 삶에서 “엔딩까지 천천히, 멀리” 가기를, 당신이라는 영화의 1열 관객이 되어 응원하는 책이다.

“영화처방사 미화리의 본격 영화처방 에세이”라는 출판사의 표현대로 꿈과 실패, 일과 인간관계, 사랑과 죽음까지 스물다섯 가지 삶의 고민과 그에 답하는 저자의 아끼는 영화 스물일곱 편이 담겼다. 그리고 저자는 당신이 이 마법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며 “최대한 돌아가서 가세요. 엔딩까지 천천히, 멀리.”라고 말한다. 흔들리며 고민하는 자기 삶의 모든 주인공에게 건네는 글들이 담담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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