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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7

INSP - 핀란드에서 홈리스가 줄어든 이유

2024.09.09

글. 사라 브리츠(Sarah Britz)* | 한글번역. 최수연 | 기사제공. 〈팩텀(faktum)〉

* 스웨덴 거리 신문 〈팩텀(faktum)〉의 편집장 및 최고 경영자. ‘팩텀’은 스웨덴어로 ‘사실’ 또는 ‘진실’이라는 뜻이다.

핀란드는 거의 20년 전 ‘하우징 퍼스트(Housing First, 주택 우선)’ 정책을 시행했다. 이 정책은 주거 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집을 제공하고 기타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스웨덴도 현재 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핀란드의 성과는 확연히 눈에 띈다. 시행에 어려움을 겪는 주변 국가와 달리 핀란드는 어떻게 합리적인 예산으로 주택을 지어 홈리스에게 제공할 수 있었을까?

11월, 핀란드 헬싱키에 부는 바람은 매서웠다. 두꺼운 외투를 입었지만 습한 바다 공기가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대부분 국가에서 홈리스가 늘어나는 동안 핀란드에서는 어떻게 감소할 수 있었을까?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여기에 왔다. 한 가지 우선 추측해볼 수 있는 답은 추위다. 집 없이 거리에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추운데 핀란드가 거쳐온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44년 핀란드와 당시 소련의 계속 전쟁(Continuation War)이 종전되었을 때 참전 군인들은 일거리를 찾아 헬싱키로 모여들었다. 정작 핀란드 시민은 소련이 점령했던 지역을 떠나 대피한 상태였고 집을 잃은 많은 사람이 대피소나 방치된 건설 현장 같은 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 1967년, 여름에 대피소 한 군데가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이 거리에서 생을 마감했고 겨울에는 50명이 거리에서 동사했다. 같은 시기, 핀란드 독립 50주년 기념으로 수감자 980명이 사면되었지만 대부분 갈 데가 없었다. 이렇게 갑자기 늘어난 홈리스로 상황이 긴박해지자 우선 임시 막사 같은 보호소를 마련해 수천 명을 수용했다.

구세군은 1936년에 헬싱키 외곽에 있는 알피카투(Alppikatu) 지역에 작은 쉼터를 세웠고 거기서 4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그 쉼터와 구세군은 아직도 있다. 다만 지금은 초기 공동 공간 형태가 아니라 하우징 퍼스트 원칙에 따라 아파트 85개로 분리되어 있고 직원 20명이 거주민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이 마련도, 정부의 임무

야르코 야케 얄로넨(Jarkko Jake Jalonen)도 여기에 거주한다. 사회복지사가 있는 1층 사무실에 얄로넨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그는 자리를 옮기고 싶어 했는데 바깥 추위 때문에 말리자,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더니 여자 친구 사진을 보여주었다. 커플은 행복해 보였고 그는 마침내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우리 아들이 열었던 파티에서 지금 여자 친구를 만났어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합니다. 둘이 쉬지도 않고 몇 시간이나 얘기해요. 나는 아이가 다섯 명인데 다 제대로 된 가족을 못 만났죠.”

얄로넨은 거리 생활을 몇 년이나 하고 나서 드디어 내 공간과 내 집 열쇠, 내 우편함을 가질 수 있었고 간호사와 사회복지사의 정기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공동 식당에서 저렴한 가격에 매일 점심을 먹을 수도 있다.

핀란드는 유럽 어느 나라보다 홈리스를 줄이는 데 가장 큰 성과를 냈다. 그 전략은 2008년, 정치인들이 정치 노선을 초월한 의사 결정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홈리스 문제는 정당을 위한 정치 문제가 아니며 궁극적으로 홈리스 문제를 완전히 없애려는 움직임이었다.

Y재단의 국제관계 책임자인 유하 카힐라(Juha Kahlia)는 획기적인 결정이었다고 표현한다. 그는 다른 나라 정치인과 영국 BBC, 캐나다 언론인도 만났다고 한다. Y재단은 집을 직접 짓거나 매입 후 수리한 뒤에 주거가 불안정하거나 저임금인 사람에게 제공하며 관련 연구 및 옹호 활동, 예방 활동도 한다. 누구도 홈리스가 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사람은 본인이 살 집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으며 같은 신념을 공유하는 다른 기관과도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활발히 교류한다.

필요한 자금의 출처에는 우선 핀란드 정부가 있다. 핀란드 정부는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려는 계획과 방향이 있고 환경부에서 주도한다. 다른 출처로는 4대 지방자치 단체, 알코(Alko, 핀란드 정부가 운영하는 주류 사업체), 여러 기관,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는 복권 사업체 등이 있다. 현재 Y재단은 핀란드에서 네 번째로 큰 임대 회사다.

정책을 시행할 수 있던 배경에는 핀란드 정부의 관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헬싱키 토지의 70%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면서 매매가 아닌 임대 방식으로 운영한다. “우리는 집을 임대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습니다. 다만 저금리에 40년 장기 상환 조건입니다. 정부에서 이자 보조금도 받고 있고요.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금액으로 집을 짓습니다.”라고 카힐라는 전한다. 핀란드 사회 주택정책은 집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주거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까지 정부의 책임으로 본다.

한편 스웨덴에서는 사회 주택문제가 모든 정당에서 등한시되면서 오랫동안 걸림돌이었다. 주택 시장 불평등이 길어지면서 ‘빈곤한 스웨덴’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예측이 주를 이루었고 그 반대론은 매번 꺾였다. 현재 스웨덴은 건설 시장 침체와 심각한 주택 부족을 겪고 있다. 학생과 새로운 유입 인구, 노년층이 받는 영향이 가장 크다. 채무 집행 기관인 크로노포그단(Kronofogden, 국세 체납자의 재산 차압을 집행하는 스웨덴 정부 기관)에서 공개한 통계를 보면 자녀와 함께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구조적인 원인으로 홈리스가 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건강이나 중독 문제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주택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홈리스가 되는 경우다. 그들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복지국가에 있다고 하기보다는, 살 곳을 확보하는 일은 개인 책임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2022년 여름, 다행인지 아닌지 주택 위기가 발생하면서 스웨덴 국회에서는 3천만 크로나(한화 38.6억 원, 2022년 상반기 평균 매매 기준율 적용)를 하우징 퍼스트 정책에 반영하는 결정을 내렸다. 노숙 생활을 반복하지 않고 영구적인 주거 공간이 생기면서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때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득이 된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드디어 실행할 수 있는 예산도 확보되었다.

가장 좋은 홈리스 예방책은 제공

〈팩텀(Faktum)〉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지방자치단체 18곳에서 하우징 퍼스트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고 2022년에는 20곳으로 늘었으며 그중 예테보리(Gothenburg), 말뫼(Malmo), 헬싱보리(Helsingborg)가 활발히 앞장서고 있다. 카힐라는 이렇게 설명한다. “하우징 퍼스트를 효과적으로 시행하려면 거주민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과 운영해나가는 다른 방식이 필요합니다. 중독 문제와 정신 질환을 둘러싼 사고방식도 중요하고요. 왜냐하면 거주민은 각자 삶에 필요한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도와주는 누군가가 하는 결정에 따르도록 하면 안 되기 때문이죠. 그런 지원이 없는 하우징 퍼스트는 단순히 주택 임대일 뿐이고 그런 방식으로는 원래 취지대로 운영해갈 수 없습니다.”

일시적인 쉼터나 긴급 주거 제공 지원과 비교해보면, 하우징 퍼스트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오히려 사회에 경제적으로 득이 된다. 거주민도 정신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더 바람직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물론 하우징 퍼스트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먼저 주택이 필요하다.

헬싱키의 오래된 어업 항구인 칼라사타마(Kalasatama)는 예테보리와 말뫼에 있는 개조한 조선소와 유사한 점이 많다. 여기에는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과 1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다양한 건물까지 부지런히 건설되고 있다. 안전조끼를 입고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있고 커다란 크레인이 끊임없이 건설 자재를 실어 나르고 있다. 그중 하나,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집이 있다. 이곳은 최근 비영리단체인 NAL(핀란드 청년주거협회)이 완공했다. NAL은 Y재단과 시에서 재정 지원을 받아 주택을 건설하고 이 주택을 범죄 이력이 있는 청년층에 제공하는데, 핀란드 16군데 지방자치단체에 임대주택 약 2,200개를 보유하고 있다. 많은 청년이 이 건물에 입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홈리스를 예방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입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이 결국 홈리스가 될 위험이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NAL에서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힐마 소르무넨(Hilma Sormunen)이 언급했다. 홈리스를 위한 핀란드 대응은 하우징 퍼스트 정책, 사회 주택, 주택 보조금, 주택의 분산까지 아우른다. 모든 요소의 바탕에는 누구도 본인 집이 없는 상태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있다.

우려가 없지는 않다. 사람들이 꺼리거나 단순한 편견 때문에 또는 ‘내 집 근처는 안 된다.’ 등의 사고방식 때문에 가로막힐 때가 있다. 스웨덴에서는 한 사람의 반대로 건설 일정이 몇 년이나 지연되기도 했다. 게다가 새로 꾸려진 정부는 사회복지 분야 예산을 삭감하려 하고 Y재단의 주택 건설 방식을 환영하지 않는 듯하다. 오르는 실업률과 대도시 밀집 현상, 높은 건설 비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물론 큰 비용이 든다. Y재단의 첫 번째 사업에서 주택을 매입하고 개조하는 데 1억 4천만 유로(한화 약 2,046억 원)가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으니 다행입니다. 사람들이 홈리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동시에 사회 전체로 보면 홈리스 장기화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거니까요.” 카힐라가 덧붙였다.

문이 닫히고 나면 각자의 공간은 개인 영역이고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직원은 간섭하지 않는다. 개인 물품은 모두 허용되지만, 생활방식이 상식 밖인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자던 습관 때문에 밤에 침대 매트리스를 욕실로 끌고 가고 어떤 사람은 쓰레기를 주워 모은다. 요리하다 잊어버려서 낸 사고 때문에 가까운 소방서에서 매번 고생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인 메르야 스텐만 비요른(Merja Stenman Björn)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 집 안에 못 들어가게 할 때가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아마도 어질러진 살림살이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러겠지만, 그러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얄로넨은 감사한 마음으로 알피카투에서 11년을 보냈지만, 앞으로는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저는 여자 친구와 같이 살 수 있는 집에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사실 제일 원하는 건, 조용한 지방으로 이사해 작은 집에서 함께 사는 겁니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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