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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9 커버스토리

냉장고를 열어봐 - 고급 식재료 대체템

2024.11.28

TV 속 레시피를 따라 해보겠다고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고급 식재료를 덜컥 사들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 집 냉장고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식재료들이 고급 식재료의 대체템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일단 속는 셈 치고 냉장고를 열어보자.


글. 김윤지‧황소연

양식 요리에 와인이 꼭 들어가야 할까?

파스타, 특히 봉골레 등의 오일파스타를 만들 때 주요 재료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화이트 와인이다. 완성된 요리의 본래 빛깔은 해치지 않고, 파스타에 와인의 풍미를 더하는 재료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술을 즐기지 않거나, 화이트 와인이 취향이 아니라면 좁은 부엌에 구비하기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백합과 바지락 등을 활용한 화이트 와인 조개찜이라는 요리도 따로 있는 만큼, 화이트 와인은 요리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듯 보인다.

테팔 홈페이지에서는 와인 조개볶음 레시피에 화이트 와인이 없다면 청주나 맥주를 넣어도 된다고 안내한다. 이 요리엔 달지 않은 드라이한 와인을 넣는 것이 포인트인데, 봉골레처럼 조개류의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KBS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류수영이 보여준 대체 재료는 맛술과 발효술, 청주다. 류수영은 세 재료의 쓰임이 다르다고 설명하는데, 그는 살짝 단맛이 나는 발효술을 선택했다. 화이트 와인도 한 숟가락이 정량이기 때문에 발효술도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된다. 화이트 와인 구비가 부담된다면 한식에도 널리 쓰일 수 있는 발효술이나 청주를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술은 비린내를 제거하는 용도뿐 아니라 식초에서 유래한 소스 ‘비니그레트’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르크루제 미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트볼을 화이트 와인과 사워크림을 섞어 만든 소스와 곁들이는 절묘한 조화의 요리가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기재된 레시피에 따르면 그 질감은 마치 ‘벨벳’과도 같다. 주재료에 따라 그 풍미를 다르게 향상시키는 소스다. 특히 조개나 랍스터, 새우 등의 갑각류와 잘 어울린다고 알려져 있다. 화이트 와인은 참치나 갑오징어 요리에도 쓰이는데, 도전 정신을 발휘해 술을 활용한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

3분이면 맛볼 수 있는 관자 요리

조개가 껍질을 여닫을 때 쓰는 근육을 칭하는 관자는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모든 조개에 관자가 있지만, 가리비, 키조개, 개조개 등 큰 조개류의 관자가 요리하기에 좋고 먹기에도 좋다. 그중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건 가리비 관자와 키조개 관자로 가리비가 부드러운 젤리 같은 느낌이라면 키조개는 껌처럼 쫄깃한 식감에 가깝다. 국내에서 관자의 대세는 키조개로 통하는데, 어떤 재료와도 궁합이 좋아 삼합, 샤브샤브, 구이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그 자체로 맛이 풍부해 조리를 복잡하게 할 필요 없이 소금에 후추만 뿌려도 충분히 맛있다. 최고의 짝은 바로 버터. 관자 버터구이는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풍미가 나 손님 대접용으로도 적절한 메뉴다.

다만 관자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질겨질 뿐 아니라 비린내가 날 수도 있기에 버터와 향신료를 곁들이는 게 좋다. 신선도 걱정 없이 관자의 맛을 즐기고 싶을 때는 새송이버섯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가격도 훨씬 저렴한 새송이버섯은 자연산 송이버섯처럼 향과 맛이 진하지는 않지만, 활용도에선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은은한 맛과 향의 새송이버섯은 어떤 음식에 넣어도 맛의 조화를 이룬다. MBN 〈알토란〉에서 배정길 셰프는 새송이관자조림 레시피를 소개하며 새송이버섯으로 관자를 대체했는데, 이 레시피의 포인트는 칼집이라고 강조했다. 갓과 밑동을 잘라낸 새송이버섯의 기둥을 3㎝ 두께로 썬 뒤 벌집 모양으로 칼집을 내는데, 이는 새송이버섯의 세로결을 끊어주는 과정으로 칼집을 내는 것만으로 고기 식감이 난다고 한다. 양념이 더 잘 배는 것은 물론 조리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도 있다. 칼집을 낸 새송이버섯을 버터에 굽고 그 위에 양념을 끼얹으면 완성인데, 이때 버섯이 버터를 빠르게 흡수하니 버터는 평소보다 넉넉하게 두르는 것이 좋다. 냉장고에 애매하게 남아 있는 새송이버섯이 처치 곤란이라면 칼과 버터만 준비하시라. 새송이버섯을 훨씬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다.

이색적인 샐러드를 즐기고 싶다면

겉모습은 익숙하지만 이름은 생소할 수도 있는 엔다이브는 쌈으로 먹는 알배추와 비슷한 모양을 띤다. 치커리 뿌리에서 새로 돋아난 싹 부분으로 태생이 치커리이니만큼 쌉싸름한 맛과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배추의 달큼함과 치커리의 기분 좋은 쌉싸름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엔다이브는 아삭한 식감 덕에 샐러드 재료로 특히 사랑받는다. 버터에 살짝 굽거나 쪄내서 메인 요리의 가니쉬로 곁들여도 좋지만, 엔다이브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샐러드나 쌈 등 생으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엔다이브를 낱장으로 한 장씩 떼어내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잎 위에 기호에 따라 토핑을 얹어 먹는 엔다이브 샐러드도 별미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는 엔다이브 위에 으깬 견과류와 크림치즈를 얹어 에피타이저로 내놓았는데, 크림치즈 대신 리코타치즈를 얹고 달콤한 과일이나 꿀을 곁들이면 근사한 와인 안주가 된다. 다만 보관 기간이 길지 않은 엔다이브는 집 앞 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식재료인 데다 아이 손바닥만 한 크기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라 핑거푸드나 샐러드같이 간단한 요리에 활용하기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대체할 만한 재료를 찾는다면 마트에서 쌈배추를 찾아보자. 쌈배추의 노란 속대를 한 잎씩 떼어 깨끗이 씻은 다음 먹기 좋게 썰면 끝이다. 씹을수록 시원한 맛이 나는 엔다이브는 샐러드볼에 털어 넣어 다른 채소들과 함께 버무려 먹기에도 좋은데, 이때 엔다이브 대신 첫입은 고소하고 뒷맛은 쌉싸름한 루꼴라를 넣어도 좋다. 엔다이브와 루꼴라 모두 치즈, 마요네즈와의 궁합이 좋으니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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