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이런 것들을 떠올리고,
이런 식으로 묘사하고, 저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박완서 선생님을 통해 깨달았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을 추모하는 <멜랑콜리 해피엔딩>에 참여했다. 선생님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나?
박완서 선생님의 <너무도 쓸쓸한 당신>에서 별거 상태인 중년 부부가 함께 국철을 타고 경기도 외곽으로 가는 것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통학을 위해 국철을 탔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그 이질적인 감정을, 선생님이 소설에서 정확하게 말하고 있었기에 놀랐다. ‘소설가는 이런 것들을 떠올리고, 이런 식으로 묘사하고, 저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박완서 선생님을 통해 깨달았다. 지금도 국철을 타면 그 구절이 생각난다.
자유의지로 소신껏 시대상을 외치던 박완서 선생님은 ‘시대의 증언자’라 는 이름을 얻었다. 자신은 오랜 시간 이 지난 후 어떤 이름이 붙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
정력적으로 쓴 작가.(웃음) 멋있지 않을 것 같은 답이다. 이전엔 작품을 많이 썼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나 자신도 ‘이렇게 쓰다가 소진되어버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했다. 예전엔 작품을 쓰면 하나하나, 완성도에 엄청나게 집착하는 편이어서 괴로웠다. 하지만 작품을 어마어마하게 쓰는 조이스 캐럴 오츠 같은 작가를 보면서, 쓰는 행위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행복 하게 하는 작품을 오래오래 많이 쓸 수 있는 작가가 되자’는 것이 나의 꿈이다. 아, ‘정력적인 작가’라는 말은 존 어빙의 소설 <가아프가 본 세상>에 나오는 구절이기도 하다.
Editor 정지은
Photographer 신중혁
Assist 최용석
*전문은 《빅이슈》 잡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