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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4 컬쳐

2월의 콘텐츠 - 예능 <나의 판타집>

2021.02.15 | 어디까지 환상일까

[ⓒSBS <나의 판타집>]

<나의 판타집>에는 ‘거주감’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옷의 핏감이나 차의 승차감처럼 직접 집이 나에게 얼마나 적합한 공간인지 체크를 해본다는 의미다. 유명인들이 직접 ‘판타집’에서 살아본 뒤, 그 집과 아주 똑같진 않지만 비슷하기라도 한 집을 찾아볼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언젠가 그런 집을 사거나 짓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출연자들이 거주감을 느껴보는 집들은 당연하게도 99퍼센트 장점으로 채워져 있다.

햇볕과 바람이 잘 드는 쾌적한 집에 살고 싶은 건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나 적당한 크기의 창문과 환기가 원활한 집 구조 같은 조건은, 적어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소 ‘평범’한 소망이다. 진입로와 대문, 정원과 실내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동선이나 높은 층고 등을 통해 큰 면적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판타집’의 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황토방, 집 앞의 갯바위와 낚시터, 루프탑 테이블, 테니스장 등은 환상의 필수 요소가 되고, 그것이 실현되는 집에선 잠옷을 입고 낚시를 하거나 아궁이에 불을 때 넣어 난방을 하고, 집에서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일이 당연해진다.

결국 에피소드의 클라이맥스는, ‘대체 이 집은 얼마일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지 가격과 건축 비용 등은 ‘잠시 후에’ 공개되고, 집을 감싼 너른 숲이 국유지임에도 1년에 9만 원만 내면 사용할 수 있다는 생소한 사실까지 알게 된다. 단지 거주를 넘어서 취미와 운동, 외식 등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실내로 옮겨오는 가장 빠른 방법은 돈이라는 사실이 여러 채의 ‘판타집’을 통해 분명해진다. 의뢰인들이 저마다 집에 대한 꿈을 말하고, 곧장 ‘판타집’이 등장하는 구성에도 욕망은 빼곡하다. 집을 구하는 지난한 과정이나 타협을 반복하는 일이 사라진 과정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비용뿐 아니라 집주인의 정체가 ‘대공개’되는 이유가 있다. 이 공간들은 의뢰인을 위해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누군가 살고 있는 집이다. 이미 환상을 실현한 이들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 집을 느껴본다는 점이 프로그램의 의의인 것이다. 의뢰인들은 숙박 체험에 가까운 거주감 체크 이후, 집주인이나 건축가를 선망하게 된다. 나아가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자신 혹은 가족의 행복을 굳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력’이라는 점을 되짚는 것이다.

이런 결론을 듣다 보면 거주감 체험이 끝난 후에도, 모든 과정은 여전히 환상으로 느껴진다. ‘열심히’로 이뤄낼 수 있는 판타지가 맞는지 헷갈리니 말이다. 미니멀리즘보다 더 실현하기 어려워 보이는 환상 속의 집들은 어디까지 더 넓어지고 근사해질까.


SBS 수요일 오후 9시


황소연
사진 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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