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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4 에세이

생계의 최전선에서

2021.02.22 | PHOTO ESSAY

새벽 4시 택시를 타고 남구로역 인력시장으로 향했다.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져서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지하철도 다니지 않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곳곳에는 형광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 착용이라 쓰여 있는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일감을 찾기 위해 나선 노동자들은 가방을 메고 있었고 모자와 목도리 등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5시가 될 무렵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작년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던 나는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역 인근에는 승합차들이 대기했고 일감을 구한 노동자들은 차에 올라타 이동했다. 7시가 되도록 일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발걸음을 돌렸다. 중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한국인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이곳으로 나오게 됐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거리두기가 지켜지기 쉽지 않았다. 또 구석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더 쉽게 노출된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졌다.

문득 ‘코로나 백신 전 국민 무료 접종!’이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을 보며 ‘이곳의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감염의 위협보다 당장의 생계가 더 곤란한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새벽이 재난 상황에서 혹한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정이 복잡해졌다.


글 · 사진 홍윤기
2015년 민중총궐기를 시작으로 탄핵 정국, 홍콩 시위 등 크고 작은 사회 이슈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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