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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5 에세이

“지 혼자 좋을 거면 왜 탱고를 춰?”

2022.05.30

ⓒ unspalsh

보통 4/4박자인 탱고와 달리 발스는 3/4박자, 밀롱가는 2/4박자이고 표현하는 정서도 형식도 사뭇 다르다. 이 때문에 세 장르를 모두 잘 추는 사람은 드물고 그러기 위해 따로 수업을 듣고 연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 장르를 모두 그럭저럭 출 수 있다면 밀롱가(이쯤 되면 헷갈릴 것 같은데 여기서는 장소를 뜻한다)에서 즐길 기회와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나 역시 밀롱가와 발스를 즐기고 싶은 욕심이 있어 수업을 열심히 들은 적 있다. 그 뒤 밀롱가에서 예전에 수업에서 만난 적 있는 R과 우연히 만나 함께 ‘밀롱가’를 추며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와 같이 걷는 순간 ‘조졌구나’ 싶었다. 밀롱가는 2/4박자를 바탕으로 빠른 템포와 리듬의 ‘흥’을 특징으로 하는데, 그 흥을 표현하려다가 많은 리더들이 우를 범한다. 지 혼자만 신나서 움직이는 것이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 unsplash

탱고는 둘이 즉흥으로 추는 춤

처음 탱고 수업을 참여하고 강사들의 춤을 보았을 때 가장 놀란 점은, 그 모든 것이 즉흥으로 움직인 결과라는 사실이었다. 상체에는 고요한 에너지가 흐르는데 하체는 바쁘게 걷고 점프하고 서로의 다리 사이를 채찍처럼 휘감으며 아주 난리가 나는 게 경이로웠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한 팀이 돼야 한다. 다른 영역에서도 그렇듯,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각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협력하는 구성원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역할을 편의상 ‘리드’와 ‘팔로우’ 둘로 나눠보자. 탱고를 출 때 두 사람은 매 순간 리드와 팔로우를 주고받지만, 소셜댄스에서는 큰 틀에서 계획을 세우며 더 많이 리드하는 이들 ‘리더’로, 그에 응하며 춤을 완성시키는 이를 ‘팔로워’로 부르곤 한다.

평소 그럭저럭 리드하던 사람도 ‘밀롱가’(음악 장르)에서는 망가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탱고와 밀롱가의 리드 방법이 다르기도 하고, 웬만큼 숙련된 리더가 아니면 짧은 순간 선명한 리드를 주는 행위를 계속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빠른 음악은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기 쉽기에 우왕좌왕 허덕이는 두 사람이 탄생하기 딱 좋다.

ⓒ unsplash

인성과 태도가 중요하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노래가 시작되고, 그와 함께 몇 걸음 걸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지만 어찌어찌 세 곡을 버텼다(한번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웬만하면 한 딴다 내내 같이 추는 것이 예의이므로 함께 춤출 사람을 고르기 위해 스테이지 위의 사람들을 신중하게 지켜보는 탱고의 경향성에 대해서는 이전에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아마 코르티솔이 잔뜩 분비됐을 것이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견디며 밀롱가 한 딴다를 마무리한 내게 같이 춘 리더 ‘R’은 “수업 더 들으셔야겠네요.”라고 말했다! 표정이나 말투로 농담이라는 걸 인지했지만 그 당시 나는 ‘니가 할 말이냐?’ 싶어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욱하며 가운뎃손가락을 세워버렸는데…. 이전에도 여러 사람 보는 데서 가운뎃손가락을 들었다가 물의(?)를 일으킨 적 있으면서 또 세워버린 스스로를 자책하게 됐다. 이에 하소연하듯 해당 에피소드를 요정님께 말했고, 이야기를 들은 요정님은 “그건 R이 잘못했다.”며 “이건 속된 말이지만 그건 혼자 딸X이 치는 거지!”라며 정색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탱고를 섹스에 비유한다. 요정님은 “상대를 한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며 이기적인 섹스를 한다면 그것은 자위와 같다.”는 맥락에서 ‘딸X이’를 말한 것 같다. 그리고 섹스도 탱고도, 그런 이기적인 행위는 상대에게 존중받지 못했다는 불쾌감과 공허를 남길 뿐이다.

이 글의 전문은 《빅이슈》 275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최서윤

  • 더 좋은 관계를 상상할 권리 ―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기’ 워크숍

    지난 4월 28일 빅이슈코리아에서 특별한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서로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기’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빅이슈 판매원을 대상으로 판매원들의 존중 의식과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하고자 개최됐으며, 빅이슈 직원들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워크숍은 판매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 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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