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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6 빅이슈

영화 속에 산다 ― 강남역 김영덕 빅판 (1)

2022.06.16

유쾌했다. 유난히 웃음이 많았다. 인터뷰 내내 웃음기 가득한 그의 얼굴은 마주 앉은 상대까지도 웃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들이 살아온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이 코너의 이번 주인공은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강남역에서 매일매일 영화를 찍는다는 김영덕 빅판이다. 강남역을 오가는 사람들은 그의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액션 영화의 히어로나 청춘물 속 풋풋한 학생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김영덕 빅판이 강남역에 지어놓은 작은 영화 세트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 긴장한 것처럼 보이세요.

인터뷰는 처음이니까 아무래도 긴장이 좀 돼요.(웃음) 제가 말하는 게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거든요. 같은 말을 여러 번 해야 알아듣죠. 제가 지적장애 3급이에요. 언어장애도 좀 있고요.


독자에게 책을 판매할 언어 장애 때문에 어려움이 있으실 같아요.

조금요. 아예 없다고는 말 못 하고요. 발음이 안 되다 보니 남들이 오해하기도 하고… 그렇죠. 사실 또 뭐 그렇게 크게 피해 보거나 그런 건 없어요.(웃음) 전 크게 불편한 것도 모르겠고요.


2019년부터 2 정도 《빅이슈》를 판매하다가 중단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때는 그만두셨던 거예요?

아는 형이 택배 일을 같이 하자고 해서 빅이슈 판매원을 그만뒀었죠. 택배 회사에서는 아침에 분류 작업을 한 다음에 지역별로 배당해서 각각 차에 맞게 실어주는 일을 했었어요.


다시 빅이슈로 돌아오신 이유는요?

사정이 있어서 택배 일을 더 못 하게 됐어요. 택배 일 그만두고 모아놓은 돈이 다 떨어지니까 빅이슈 생각이 나더라고요.(웃음) 다시 《빅이슈》를 팔아봐야겠다 하고 사무실 앞에 오긴 했는데 막상 들어가려니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그냥 돌아갔다가 다음 날 다시 왔어요. 그날도 사무실에 못 들어가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때마침 지나가던 코디님이 저를 보고 얼른 사무실로 들어가자고 해서… 그렇게 빅이슈로 다시 돌아왔죠.

그렇게 들어오고 망설이셨어요?

쑥스러워서요.(웃음) 들어갈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그때가 올해 2월이죠? 다시 돌아오는 용기가 필요하셨을 같긴 해요.

막상 판매를 다시 시작하니까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판매를 시작하고 얼마 안 돼 한 달을 쉬었어요. 몸이 좋지 않아서요. 그때 어머니랑 같이 사무실에 와서 판매팀 이선미 팀장하고 양계영 코디와 상담을 했는데, 강남역에 판매 자리를 마련해놓을 테니 언제든 오라고 하더라고요. 많이 고마웠죠.


어머니하고 같이 사세요?

네, 부모님하고 같이 살아요. 부모님도 제가 《빅이슈》 판매하는 거 좋아하세요. 장애가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거든요. 부모님은 제가 집에 있는 거보다 나가서 잡지 팔고 활동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죠.(웃음)


요즘 판매 상황은 어때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판매량이 늘었나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려서 판매에 도움이 많이 돼요. 대개 월요일에는 잘 안 팔리고 금요일에 좀 팔리고 그래요. 강남역에서 팔아서 그런지 금요일에 잘 팔리네요. 하루에 많이 팔 때는 50권까지도 팔았어요. 근데 이상하게 한 권도 안 팔린 날은 없어요. 진짜 안 팔려서 딱 한 권 판 적은 있어도.(웃음)

이 글은 '영화 속에 산다 ― 강남역 김영덕 빅판 (2)'로 이어집니다.


글. 안덕희
사진. 김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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