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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3 에세이

전세 사기의 책임, 사회에 있다

2022.09.25

ⓒ unsplash

이번 주의 마이 붐은 뭘까? 마감을 앞두고 머릿속에 지난 한 주 혹은 두 주의 기억을 되감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번 주는 아무래도 전세 사기인 것 같다. 루나파크의 전세 사기 썰 만화를 보고 난 뒤 내 머릿속 한 편에는 전세 사기를 당할 뻔한 기억이 머물러 있다. 지난여름부터 가을까지 전셋집을 찾고 대출을 받느라 애를 쓰던 동안에 내 머릿속에서 전세는 월세를 낮추는 방법이었지 사기의 수단은 아니었다. 그런데 강서구에서 우연히 아주 괜찮은 매물을 발견하고 전셋집을 찾으면서부터는 사기라는 게 참 쉽구나, 여차하면 사기당하는 건 일도 아니겠구나 하고 겸허하게 세상을 돌아보게 됐다.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저렴한 매물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자꾸만 과하게 비싼 신축 빌라를 권하는 중개사. 무직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보증보험을 들어줄 수 있으니 깔끔하게 꾸며놓은 신축 빌라에 입주하라고 종용하는 중개사를 보며 신축 빌라가 왜 위험한지 아는 나는 자주 회한에 빠졌다. (신축은 매매든 전세든 거래 기록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그가 아무리 외제 차에 나를 픽업해 여기저기 편히 데려다주어도 내 맘 한구석에선 ‘이건 아니야.’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나를 막아줄 수 없었다. 한 발짝만 삐끗하면 계약서에 서명했을 것이고 그는 보장받을 수 없는 곳에 나를 데려다놓았을 것이다.

한동안 공부했다.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지만 정말로 해법은 없었다. 사기 치려는 사람은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다. 세입자가 조심하는 수밖에…. 그래서 이 말은 효용 가치가 없다. 어느 누가 바쁘고 지친 상항에서 전세 사기 자체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하겠는가? 전세사기 피해방지 종합대책보다 중개사의 감언이설이 천 배는 가까이 있다. 이번 호에 실린 비적정주거에 관한 글도 연장선에 있다. 어느 누가 좁고 더러운 집에 살고 싶겠는가? 저렴한 주거 환경이 더 가까이에 있을 뿐이지. 주거는 의식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집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너무 멀고도 멀다. 그 사실에 화가 난다. 소득이 적어도, 대출을 못 받아도, 보증금이 적어도, 넓고 쾌적하고 깨끗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집이 필요하다. 이 점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사회의 책임이다.


글. 양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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