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이지금> 속 코너 ‘아이유의 팔레트’에 출연한 그의 절친한 친구 유인나는 자작시에서 아이유를 이렇게 소개한다. ‘신이 소중하게 빚어 세상에 굴려 보낸 구슬 같은 아이’라고. 그 소중한 구슬이 행여 상할까 봐 아이유를 집 앞에 내려줄 때마다 조심해서 들어가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고 한다. 누군가 소중한 재능을 모아 빚은 구슬 같은 사람, 지금 그 구슬은 단단하게 자라 어떤 마찰에도 절대 깨어지지 않고 여기저기로 움직이며 빛을 낸다. 창간 초 《빅이슈》 표지에 유명인이 등장하는 일이 흔치 않았을 때, 아이유는 표지 모델로 참여해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빅이슈 판매원들이 홈리스월드컵에 도전한 실화를 모티브로 창작한 영화 <드림>에서 아이유는 다큐멘터리 피디 ‘소민’ 역할을 맡았다. 대본을 받았을 때 “앗, 빅이슈네.” 하고 반색했다고 먼저 인사를 전했다. 이병헌 감독의 영화 <드림>에서 아이유가 맡은 소민은 자신을 ‘열정리스’라고 표현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밝고 강인한 사람이다. 아이유는 소민의 단순한 면이 좋았고, 이 영화를 생각하면 명랑한 웃음소리와 5월의 녹음이 떠오른다고 했다.


한 인터뷰에서 “도착지를 항상 생각하며 살았는데, 요즘은 도착지가 없는 여정을 처음으로 즐기고 있다.”라고 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요즘은 제가 어떤 상태인지 생각할 여유가 좀처럼 없었어요. 일단 쉬는 건 끝났어요.(웃음) 드라마 촬영을 해야 하고, 앨범 준비도 하고 있어 굉장히 바빠졌어요. 하루하루 그날 주어진 일을 다하고 ‘다음 미션은 뭐지?’ 하며 단순하게 일에만 몰두하고 있어요.
“2022년이 휴식기였다면 올해는 달리는 시기다.”라고 유튜브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달리는 시기의 시작이 영화 <드림>인 셈이네요.
<드림>은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개봉 일만 손꼽아 기다린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촬영 끝나고 다들 흩어져 있다가 개봉 일이 잡힌 후에 ‘뭐? 모여야 한다고?’ 하면서 다시 모였어요. 참여한 배우도 많아 갑자기 단체 채팅방이 북적이고, 으쌰으쌰 하고 있어요.
이 영화가 배우 아이유로서는 첫 장편영화이기도 한데요. 이병헌 감독의 영화 현장은 어땠나요?
<브로커>와 촬영 기간이 겹쳤어요. <드림>이 먼저 크랭크인 하고, 이후 <브로커>를 촬영했는데 <드림>은 그후에도 계속 찍었으니까요. 시기적으로는 <드림> 안에 <브로커>가 있었어요. <드림>은 이병헌 감독님의 촬영 현장이라는 특수성이 컸어요. 촬영하는 동안 선배님들에게 자주 여쭤본 질문이 “모든 영화 현장이 이래요?”였어요.(웃음) 감독님은 머릿속에 본인의 청사진이 명확한 분이셔서 ‘오케이 컷’도 확실했어요.

빠른 호흡에 적응하기 힘들지는 않았어요?
초반 촬영 분량이 기억나는데요. 영화상으로는 소민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신을 저도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궁리하며 준비를 많이 해 갔어요. 오늘은 대사도 길고 촬영이 좀 늦게 끝나겠다 싶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죠. 그런데 오전 9시쯤 시작한 촬영이 점심을 먹기도 전에 끝났어요.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이 나오면 촬영이 빨리 끝나는 거죠. 이런 속도가 드라마 현장에서는 드문 일이라 촬영 끝이라는 말을 듣고도 “정말 끝난 거 맞아요?” 하고 되물었어요. 저는 호흡이 좀 느린 사람이라 처음에는 버겁기도 했어요. 또 (박)서준 씨는 굉장히 유연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력이 대단한 분이셨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내 호흡이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빠르고 확실하고 북적북적하고 즐거운 현장이었어요. <드림>은 유쾌한 영화인 데다 여름에 찍어서 제 인상에는 ‘초록초록’ 하게 남아 있어요. 개인적으로도 밝게 전환이 되는 영화였죠.
이병헌 감독의 대사는 일상적이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고 말맛이 살아 있습니다. 특히 소민의 대사에 이병헌 감독의 인장이 가장 뚜렷하게 묻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일단 제 대사를 달달달 외웠는데, 영화의 리듬감이 있으니까 잘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촬영 초반에는 감독님이 제 말투보다 세 배 정도 더 빨리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호로록 소민의 대사를 읽어주셨는데, 곧바로 ‘아, 이게 소민이구나!’ 하고 감이 왔어요. 감독님은 원하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저는 감독님이라는 돌다리를 두드려보면서 건너는 작업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감독님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작품이에요.

<드림>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요?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호텔 델루나>를 끝낸 후 <드림>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이전에 사연 있는 인물을 연달아 해서 좀 지쳤다고 해야 할까. 사연 없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드림>의 소민이 등장인물 중에 가장 사연이 없었어요. 당시 제가 이런 심플한 캐릭터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소민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생각하는 걸 바로 말로 전달하는, 보이는 그대로의 사람이거든요. 꿍꿍이가 없는 사람이라 소민이 좋았고, 저도 소민이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 것 같고 그랬어요.
소민은 “열정 페이를 받다 보니 내 열정을 페이에 맞추기로 했다.”라고 자신을 설명해요.
가짜로 이렇게 웃을 줄 아는(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상황에 따라 가식적으로 행동할 줄도 알고 사회생활을 잘하는 아이죠.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굉장히 밝고 강인한 사람이잖아요. 분명 과거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은 뜨거운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데, 세상이 자신을 외면해 상처받고 점점 냉소적이 되었을 것 같았어요. 상처받기 싫어 방어적으로, ‘그래, 딱 내가 해야 하는 만큼만 적당히 살자.’ 이런 마음을 갖게 됐을 것 같아요. 극에서 소민은 ‘이 정도만 해도 되지 뭐. 대충 하자.’ 이런 느낌이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되게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웃음) 과거에는 훨씬 진심이 많았던 사람이지 않을까 해요.

아이유 유튜브의 ‘이지동’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회사의 인턴 사원이라는 설정이잖아요.
이지동은 모든 일이 너무 귀찮은 게 기본이에요. “그걸 나한테 시킨다고? 내가 해야 한다고?”(웃음) 주변에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나 언니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고한 부분이 많아요.
소민은 항상 목에 수건을 두르고 있는데, 이런 외양에 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어요?
예능 프로를 촬영할 때 보면 피디님들은 다 그렇게 수건을 목에 두르고, 움직이기 편한 복장에 땀을 잘 흡수하는 옷을 입고 계셨어요. 풋살 연습장에 잘 녹아들려면 어떤 옷을 입고 있어야 할까 싶었을 때 소민이 특별히 피디로서 장비를 갖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선캡을 쓰거나 수건 같은 걸 두르면 어떨까 싶었어요.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팔 토시랑 수건을 두르고. 감독님께 이런 아이디어를 냈더니 좋다고 하셔서 저도 현장에 항상 수건이나 팔 토시 등을 가지고 다녔어요.
배우의 아이디어였군요. 가수 아이유는 공연과 앨범 프로듀싱을 총괄하는 기획자 역할을 한다면, 배우 아이유는 제작 팀의 기획 속에 들어가 전체 그림 중 일부가 되는 거네요.
가수 활동을 할 때와 연기자 활동을 할 때 가장 큰 차이를 두는 게 그 부분이에요. 가수로서는 제가 현장을 주도할 때가 많지만,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는 믿고 따를 선장님이 계시잖아요. 전 그의 팀원이 되는 거고요. 그 소속감이 참 좋아요.
이 글은 '영화 <드림> 아이유(1) : 단순한 열정'에서 이어집니다.
글. 김송희 | 사진. 천영상 | 스타일리스트. 노주희 | 헤어. 위위아뜰리에 꽃비(부원장) | 메이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