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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0 빅이슈

빅판의 이야기: 종각역 김훈재, 광화문역 이근철 빅판(2)

2023.06.06

이 글은 '빅판의 이야기: 종각역 김훈재, 광화문역 이근철 빅판(1)'에서 이어집니다.

ⓒ 김훈재 빅이슈 판매원

다투면 화해는 어떻게 하세요?
김훈재 내가 형이니까, 주로 내가 “안 죽고 살아 있냐?” 하면서 전화하기도 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내요. 동생이 먼저 제 판매지로 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너한테 이번엔 절대 안 밀려.’ 하고 버텼어요. 와, 근데 진짜 한 달을 전화도 없고 오지도 않는 거예요.
이근철 (빙긋이 웃음만 띰)

마치 부부 같은 케미를 보여주시네요!(웃음)
김훈재 근철이하고 나는 진짜 부부처럼 서로 챙겨요. 이번에 근철이가 살던 집에서 1년 살고 만기가 돼서 이사해야 했어요. 제가 가서 이삿짐을 날라주고 이사를 같이 해줬어요. 근데 근철이가 무척 억울한 일을 겪었어요. 보증금 100만 원 중에 20만 원밖에 못 돌려받았어요. 이삿짐을 차에 다 실어놓고 보증금을 받아 출발하려 기다리는데, 집주인이 냉장고에 흠집이 있다, 벽지에 뭐가 묻었다, 화장실이 뭐가 어떻다, 세세한 흠집을 잡아가며 돈을 안 돌려주고 버티는 거예요. 이삿짐 차는 출발해야 하고 어떡해요. 아쉬운 대로 20만 원 받아 들고 출발했지요. 나쁜 집주인이었어요.
이근철 냉장고도 패였다는 데 원래 있던 흠집이에요. 근데 집주인이 내가 그랬다는 거예요. 그 집주인은 아주 작정하고 그런 거 같아요. 제가 그 집에서 1년을 살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뭐 밥을 해 먹나요. 냉장고를 연 적도 별로 없어요. 우리가 노숙하고 고시원에서만 지냈지, 집을 얻어 살아본 적이 없잖아요. 월세방을 처음 얻어봤으니까요.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김훈재 그래서 이번에 새집에 들어갈 때는 사진을 다 찍어놨어요. 지난번처럼 냉장고 값 물어내라, 벽지 값 물어내라 해서 돈 다 뺏기는 일 생기지 않도록요. 세상살이 또 하나 배운 거지요.

두 분 사이는 우정과 애증이 묻어나는 사이 같아요.(웃음)
이근철 그렇죠. 싸웠다가도 또 판매가 끝날 때쯤이면 슬슬 걸어 형한테 가게 돼요.

서로 이 사람, 이 점은 참 훌륭하다, 본받고 싶다 하는 점이 있나요?
이근철 내가 봐서는… 그다지 훌륭한 점은 없는 거 같아요.(웃음)
김훈재 뭐? 그래서 네가 나한테 욕을 얻어먹는 거야.(큰 소리로 웃음) 아, 나, 머리가 다 아프네. 지금 같이 인터뷰하고 대화하다가 눈물도 흘리고 서로 좋았는데, 지금 말하는 거 보세요. 아, 나, 갑자기 막 어지럽네.(웃음) 이거 보세요. 이 동생이랑 있으면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어요.

ⓒ 왼쪽부터 김훈재, 이근철 빅이슈 판매원

앞으로 서로에게 어떤 친구가 되어주고 싶으세요?
이근철 다투기도 하고 그러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게 최고지요.
김훈재 사람이 다른 사람 내면을 다 알 수는 없잖아요. 자기 생각이 다 있지만 서로 알아주고 배려해주는 관계가 된다면 싸울 일도 없어요.
이근철 옛날부터 어르신들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애들은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다.(웃음)
김훈재 아니, 여기서 그 얘기를 왜 하는 거야? 어휴, 내가 너 때문에 진짜.(웃음) 내가 지금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고 말하고 있는데 싸우면서 크는 거라니.

앞으로 형님의 이 마음을 좀 알아드리세요.(웃음) 이렇게 동생을 챙기시잖아요.
이근철 인생은 물 흐르듯 그냥 사는 거예요.

? 이렇게 짧게 대답하시고 만다고요?(웃음)
김훈재 (웃음) 이렇게 동생이랑 저는 성격이 상반돼요. 저는 말도 많고 부드러운 성격이라면, 이 동생은 말이 없고 성격이 세요. 서로 맞지 않죠. 하지만 서로 맞추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서로 관심과 애정이 있으니까요.

서로에게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전하고 싶으세요?
이근철 술 좀 줄이고 담배도 좀 줄이고 그렇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김훈재 너는! 내가 너한테 할 얘기를 네가 나한테 해버리면 어떡하냐.(웃음) 그래, 그러자. 우리 담배도 줄이고 술도 줄이고 건강 더 챙기자.

함께하셔서 든든하시겠어요. 든든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죠.
김훈재 맨날 싸워야 하는데 뭐 든든해요.(웃음) 농담이고요, 이 동생한테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의지가 많이 돼요.
이근철 (옅은 미소만 띰)

두 분 찐부부 케미보여주시면서 유쾌하게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는 이제 마무리할게요.
이근철 잠깐만요! 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 말은 꼭 해야겠어요. 저는 다 고마울 뿐이에요. 빅이슈 직원들한테도 고맙고, 독자들한테는 물론이고요. 고맙다는, 이 한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김훈재 이 자식, 나랑 있을 땐 맨날 이상한 소리만 하더니 오늘은 좋은 얘기 하네.(웃음)


글. 안덕희 |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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