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튜브 채널 <랄랄>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던 밈이 있다. ‘기존나쎔’과 ‘유리멘탈’을 사진으로 비교한 짤이 그것인데, 강력해 보이는 메이크업에 무표정한 사람은 의외로 유리멘탈이고, 정반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야말로 기가 세다는 내용이다. 이 밈은 각종 애니와 드라마, 영화 등장인물 캐릭터 해석에도 적용되면서 널리 널리 퍼졌다. 온라인 세상을 방황하다 이 밈을 만날 때면 난 어느 쪽일까, 생각했다.
유튜버 랄랄의 ‘눈을 왜 그렇게 떠? 카페 기싸움 AS–MR’에선 언급한 밈 속 ‘유리멘탈’ 같은 두 사람, 랄랄과 틱톡커 에디 실바가 ‘기존나쎔’을 연기한다. ASMR이라기엔 가방 등의 소품을 소리 나게 내려놓거나 립을 바른 후 ‘음파음파’ 하는 팅글, 껌을 씹는 찰진 소리가 크긴 하지만, 어쨌든 ASMR이다. 보통 매우 긴 네일과 비즈가 잔뜩 달린 귀걸이 등의 소품으로 소리를 낸다. 본격적인 기싸움은 두 사람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발생한다. 시야에 상대방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심기가 불편해지고, 급기야 스프레이를 공기 중에 잔뜩 뿌리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영상에 따르면 기가 세 보이기 위한 포인트가 있다. 과장된 속눈썹을 붙여 부채처럼 휘날리고, 적당한 타이밍에 눈을 내리깔았다가 치켜뜨기를 반복해야 한다. 랄랄의 콘텐츠에 참여한 에디 실바는 엄청나게 큰 메이크업 퍼프와 화려한 의상으로 기선제압을 한다. 이렇게 엎치락뒤치락 줄다리기가 계속된다. 이 모든 싸움이 말없이 행동으로만 이뤄진다.
기싸움 대장들의 재미있는 점은,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으면 싸움이 일어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진짜 센 사람이라는 걸 랄랄과 에디 실바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야 이 휘황찬란한 착장과 무한한 콘텐츠의 생산능력이 설명된다.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