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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2 컬쳐

나를 위한 온도, 17도씨

2023.12.08

진짜 진한 초콜릿 음료와 츄러스

워낙 초콜릿을 좋아한다. 이 세상에 초콜릿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당연한 명제조차, 머리로는 참이라 생각해도 마음으로는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반문할 만큼. 이 달콤하고 쌉싸름한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럴 수 있지. 그래도 오늘은 나처럼 초콜릿을 마음 깊이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초콜릿 가게, ‘17도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감명 깊게 본 뮤지컬 <프리다> 넘버 중 “인생은 쓰디쓴 초콜릿, 참을 수 없는 초콜릿”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넘버를 들으며 맥락 그대로의 의미에 동의하는 한편 ‘그래, 역시 초콜릿은 쓰디쓴 맛이 있어야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가볍고 달콤한 초콜릿도 좋지만 혀 위를 구르는 탄닌감과 깊은 맛을 품은 초콜릿이야말로 참을 수 없이 매력적이다. 거기다 진한 다크 초콜릿은 대체로 산미를 함께 갖추고 있기에 더더욱 초콜릿이 입안에 머무는 내내 풍부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초콜릿을 타블렛이나 파베, 봉봉으로 즐기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렇듯 쌀쌀한 계절에는 따뜻함을 간직한 채 부드럽게 녹아내린 핫초콜릿으로 마음이 기운다. 17도씨의 ‘진짜 진한 초콜릿 음료’처럼.

17도씨에서는 초콜릿 음료를 농도에 따라 세분화해 판매하고 있다. 덕분에 취향에 따라 고를 수가 있는데 내 취향은 단연코 진짜 진한 초콜릿 음료의 마니아 버전이다. 가장 진하고, 가장 쌉싸름한. 한없이 부드럽고 매끄러운 초콜릿 무스를 연상케 할 만큼 짙은 농도의 핫초콜릿은 먹고 나면 인상 깊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기분.

진짜 진한 초콜릿 음료와 츄러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초콜릿 한 잔
진짜 진한 초콜릿 음료를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옵션을 제공하는데, 그 모든 옵션이 내게는 당연히 선택해야 할 필수 요소와도 같다. 츄러스와 생크림, 그리고 탄산수. 츄러스는 추운 계절의 옵션 메뉴로 하루 60세트 한정 판매한다. 만약 운 좋게 남아 있다면 주저 없이 먹어볼 만하다.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쫀쫀하고 담백한듯 적당히 표면을 덮고 있는 설탕의 톡톡한 달콤함까지 더해져 먹는 즐거움이 있다. 더군다나 당연하게도, 초콜릿 음료와 무척 잘 어울린다.

먼저 가장 따뜻할 때 음료를 스푼으로 떠먹고, 츄러스만 먹어보기도 하고, 초콜릿 음료에 찍어 먹기도 하고, 음료의 농도가 조금 진하다 싶을 때는 생크림과 함께 찍어 먹고. 음료에 생크림을 얹어 먹기도 하다가 음료와 생크림을 조금 남겨 아예 잘 섞어서 마셔보기도 하면 이 한 세트만으로도 너무나 즐겁게 초콜릿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빈 잔의 아쉬움을 청량한 탄산수로 달래며 입안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나면, 17도씨에 들어오기 전보다 한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초콜릿 봉봉/진한 초콜릿 음료

진짜 진한 초콜릿 음료는 포장이 안 되는 음료라 매장에서만 마실 수 있지만, 그 밖의 초콜릿 음료는 모두 포장이 가능하다. 얼마 전에는 귀가하던 도중에 잠깐 들러 ‘진한 초콜릿 음료’를 포장해 마셨는데 온몸으로 스며드는 따스함과 달콤함에 추운 줄도 모르고 귀가했던 기억이다.

17도씨의 상호는 초콜릿 봉봉을 위한 이상적인 온도가 17도인 데에서 유래했다. 이 추운 겨울, 봉봉뿐 아니라 나를 위한 온도도 분명 17도씨일 것이다.

17도씨
서울 마포구 동교로29길 38 1층
화~일 12:30~22:00 (월 휴무)
브레이크 타임 16:30~18:30
인스타그램 @17dossi_chocolatier

소개

김여행
먼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twitter @_travelkim


글 |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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