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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0 커버스토리

COVER STORY - 끝나지 않을 여름 <데이브레이크> - (3)

2024.05.16

글. 김윤지 | 사진. 신중혁 | 헤어. 권혜진 | 메이크업. 박희수(ATTI) | 스타일리스트. 이상혁

함께한 시간만큼 이제는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은데 그룹 내에서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어요?
선일 특정 멤버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 수 있는데, 내가 왜 이걸 해야 되지 하면서도 옷매무새가 헝클어져 있으면 매만져주고, 뭐가 묻어 있으면 떼어주곤 해요. 제가 얘기를 안 하면 계속 그러고 있으니까.(웃음) 예전에는 제가 자청해서 그런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장원 사실 당사자도 굉장히 힘들었어요.(웃음) 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선일이 형이 엄마, 원석이 형은 아빠, 유종이가 철부지 막내, 마지막으로 저는 가운데에서 여러 가지를 중재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에서 좀 자유로워졌죠. 각자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된 느낌이랄까. 음, 팀 내에서 제 역할이라… 뭐가 있을까요?(웃음)
원석 장원이가 없으면 팀 분위기가 약간 처지는 게 있죠. 음악적으로도 데이브레이크의 결정적인 색채를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타리스트는 기타만 치면 되고 베이시스트는 베이스만 치면 되는데, 건반 주자는 스트링 편곡도 해야 하고, 브라스 편곡도 해야 하고, 이것 쳤다가 저것 쳤다가… 무척 바쁘거든요. 그렇다고 장원이가 1원 한 장 더 가져가는 것도 아닌데.
장원 1원 더 주세요.(일동 웃음)
원석 아무튼 그래서 데이브레이크 음악에 네가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를 장원이한테 굉장히 많이 해요. 비록 옷매무새는 신경 안 쓰지만.
장원 제가 옷매무새 잘 만지려고 데이브레이크 하는 건 아니니까요.(웃음) 그래도 16년 정도 하다 보니 좀 좋아졌어요.
원석 우리 유종이는 에너지 드링크 같은 역할을 하죠. 지치고 힘들 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기운이 쫙 올라오잖아요. 분명히 얘도 힘들 텐데 늘 형들한테 에너지를 줘서 고맙죠. 부끄러워서 얘기는 잘 못하지만. 또 무언가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일단 하자, 그냥 하자, 이런 마인드로 뒤에서 형들의 등을 밀어줘요. 일종의 엔진 같은 역할을 해주는 친구죠. 선일이는 좀 덧붙이자면, 기본적으로 상대의 감정을 잘 읽고 그 사람이 뭔가 필요하다 싶으면 알아서 그 부분을 챙겨줘요. 솔직히 저는 그런 걸 잘 못하는데 이 친구가 그런 역할을 해주니까 고맙죠. 또 베이시스트로서 밑바탕을 탄탄하게 깔아주니까 그만큼 음악의 완성도가 높아지고요. 사실 리듬 베이스가 탄탄하면 그 위에서 아무렇게나 해도 들을 만하거든요. 그와 반대로 베이스가 흔들리면 아무리 잘해봐야 다 박치처럼 느껴져요.

멤버들이 본 원석 씨는 어때요?
선일 원석이를 제외한 나머지 셋이 다 웬만하면 그냥 하자,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런 성격이거든요. 우리가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역할을 늘 원석이가 하죠. 사실 그때의 선택이 옳았는지 글렀는지는 모르지만, 돌이켜봤을 때 그 선택들이 후회되지는 않아요.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밴드로서 대중이 원하는 것과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의 중간점을 찾는 것은 평생 지고 갈 고민일 것 같은데, 데이브레이크는 어땠어요? 대중성을 가진 밴드잖아요.
원석 그 점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은 없어요. 기본적으로 매니악한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물론 각자의 취향을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면 매니악한 부분이 있겠지만, 우리 네 명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은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다행이죠. 그런데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음악이 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요.(웃음) 다만 이런 생각은 해요. 딱 꽂히는 헤드 카피가 있어야겠다. 데이브레이크 노래 중에 많은 분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보면 곡 제목이 곧 후렴구의 어떤 한 지점이거든요. 딱 들었을 때 꽂히는 어떤 강렬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빙빙 둘러말하기보다는 심플하게 가려고 하죠. 변화구보다는 직구로 미트에 꽂아 넣는 느낌?

함께 한 지도 벌써 17년째인데, 데이브레이크는 여전히 청춘을 노래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장원 저희끼리 있으면 처음 만났을 때랑 똑같아요. 촬영 때도 보셨겠지만 되게 철없고 장난도 많이 치고요.(웃음) 저희끼리 모이면 내가 나이가 몇이지 이런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것 같네요.
원석 청춘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은 여전히 저희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한창 뜨거웠던 시기에 좋아한 음악들과 닮아 있어요. 사실 저희 넷의 음악 취향이 되게 다르거든요. 그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다 보니 어떤 취향이나 시대를 타지 않는 음악을 지향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아직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요.(웃음) 트렌디한 음악도 좋지만 우리가 어릴 때 좋아했고, 지금도 좋게 들리는 음악을 계속 해왔고, 앞으로도 하게 되지 않을까요?

함께한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게 있나요?
장원 멤버.(일동 웃음) 근데 저는 이게 되게 중요하다고 봐요. 멤버 교체 없이 긴 시간 동안 밴드 활동을 한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저희도 위기의 순간이 분명히 있었는데, 이렇게 17년째 함께하고 있다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원석 저희가 얼마 전에 <딩고뮤직>의 ‘킬링 보이스’라는 콘텐츠를 찍었거든요. 그 영상 댓글을 매일 확인하는데,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댓글이 있어요. 이 사람들은 ‘좋다’만 십몇 년을 불렀을 텐데 아직도 이렇게 행복하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게 신기하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댓글을 보고 나서 오랜 시간 우리를 지켜봐주고, 공연장에 찾아와주고, 우리 음악을 들으면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모든 게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래서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면 사랑받을 때 행복해하는 마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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