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주희




해가 지거나 뜨기 전
얼마 동안 주위가 희미한 상태를
‘어스름’이라 이른다.
밝은 빛이 우리를 비추기 전,
칠흑 같은 어둠이 모든 것을 삼키기 전,
그토록 짧은 순간
나는 흐릿해진 경계 속에서
서로를 보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우리는 지친 마음과 그림자를
어스름에 숨기고 서로에게 의지한다.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으로
모든 것을 나누는 행위에 지친 오늘날,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스름 속에서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할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주희
사진학도였던 삼촌이 대학 시절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를 물려받으며 사진에 입문했다. 저마다의 순간과 장면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다.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인스타그램에서 @filmphotographee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