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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96 이슈

INSP

2019.06.11 | 플라스틱 포장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오늘 점심 뭐 먹을까?”라는 질문은 직장인에게 희대의 난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늘 점심을 먹으며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을 함께 던지는 이는 흔치 않다. 매호 환경 이슈를 조명하는 《빅이슈》의 에디터로 일하면서도 나 또한 동료들과 함께 이러한 고민을 나눈 지는 그닥 오래되지 않았다. 음식을 먹는 행위로 삶을 영위하지만, 그 음식을 둘러싼 포장재로부터 도리어 삶을 위협받는다니, 우리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굴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그렇듯, 희망은 존재한다. 플 라스틱 포장재에 맞서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영국의 기업들과 스웨덴의 디자인 회사에 대해 다룬 이 기사가 그 근거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라 믿는다. -편집자 주


그린피스의 조사원들은 영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말레이시아 전역에 불법적으로 버려진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 특히 발견된 불법 플라스틱 폐기물은 영국에서 대표적으로 꼽히는 슈퍼마켓 브랜드들에서 나온 것임이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었다. “재활용만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는 없어요.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를 해 결하려면 뿌리부터 큰 변화가 필요해요”라고 그린피스의 캠페이너 엘레나 폴리사노Elena Polisano는 강조했다.

‘프렌즈 오브 더 얼스Friends of the Earth’와 ‘제로 웨이스트 유럽Zero Waste Europe’의 통계에 따르면, 유럽 대륙의 플라스틱 수요는 연간 4900만 톤에 이르렀으며 그중 포장재가 40%의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영국의 상점들에서 집 계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29%는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해 대량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렌즈 오브 더 얼스의 캠페이너들은 플라스틱과의 싸움 승패는 우리가 먹는 음 식과 그에 딸려 오는 포장재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플라스틱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궁극적 해결책은 체계적인 시스템과 인식의 변화예요”라고 캠페이너 줄리언 커비Julian Kirby는 말했다.

영국 전역에서는 일회용 비닐 백 사 용을 줄이고 재사용 가능한 물병과 텀 블러의 사용을 늘리며, 소비자 차원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움직임 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 론 충분하지 않다. 유엔 환경 계획UN Environment Program의 이사인 아킴 스테이너Achim Steiner는 “매년 20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세계 곳곳의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어요. 플라스틱 문제에서 는 단기적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아요.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 해서는 플라스틱의 순환 구조를 고려한 해결법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몇 몇 식품 산업 관계자들은 플라스틱만 큼 편리한 포장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 주장한다. 1분마다 100만 개에 달 하는 플라스틱 물병이 세계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더 무겁고 재활용 이 가능한 재료로 음료를 운반하려면 40% 정도의 증가된 에너지가 필요하 다는 것이 근거다. 즉, 플라스틱 사용 량을 줄이는 대신 우리의 환경을 오염 시키는 유해한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영국 플라스틱 연합British Plastics Federation, BPF 또한 플라스틱 식품 포장지를 제거하 는 것만이 환경문제의 해결책은 아니 라고 말한다. 플라스틱은 현대인의 생 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 며, 특히 안전과 위생 차원에서는 플 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 명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물병은 깨끗한 음료를 위생적으로 마실 수 있 게 하며, 대체 물질보다 자원을 많이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 이다. 또 대체 재료를 생산하는 것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보다 약 두 배 가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도 지 적했다. 생산자와 소매업자가 지불해 야 하는 비용도 비싸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식품 가 격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의견에 반박하듯, 디자인 업계에는 플라스틱 포장 대안의 필요 성을 강조하며 친환경 제품을 발명하 고 있다. 피부처럼 껍질을 벗길 수 있 는 왁스에 담긴 음식, 해조류로 만든 식용 캡슐에 담긴 물 등 기발한 포장 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디자인 회사 투머로 머신To-morrow machine의 디자이너인 한나 빌크비스트Hanna Billqvist와 안나 글란센Anna Glansén은 생분해되는 친환경 식품 포장재를 발명해냈다. 그들은 “일주일이면 상 해버릴 우유를 담기 위해 분해되기까 지 수년이 걸리는 플라스틱 용기를 써 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으로부터 개 발을 시작했다. 해초와 물로 만들어 분해가 가능한 스무디 컵처럼 생분해 성 왁스로 제조해 과일처럼 껍질을 벗 길 수 있거나, 설탕으로 만들어 물과 닿는 순간 분해되는 용기들을 발명했 다. 아직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가까운 미래의 슈퍼마켓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영국의 대표적 슈퍼마켓 브랜드 중 하나인 마크 앤 스펜서Marks&Spencer는 음식들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보관하 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온도 조절 기능 만을 이용해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 지난해 영국 에 론칭한 코카콜라Coca-Cola와 아스다Asda를 포함한 40개 회사가 영국 플라스틱 협약에 서명해 향후 7년 이내에 우수하고 친환경적인 제품 포장재를 만들 어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소시키겠다고 서약했다.

그린피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열 명 중 아홉 명이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 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 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으 려면, 이 영국 기업들과 스웨덴 디자 인 회사들의 노력처럼 소비자 차원의 변화와 함께 기업 차원의 해결책 구상이 함께 이뤄져 모두가 플라스틱 포장 재와의 싸움에 신속하고 바람직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Writer Hannah Westwater
Photographer Anna Glansen(Tomorrow Machine)
Publisher The Big Issue UK
Editor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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