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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07 이슈

녹색빛

2019.08.22 | 도시공원, 이대로 두시겠습니까?

나른한 오후, 하늘은 창창한데 온몸이 찌뿌둥하다. 젖은 빨래처럼 처지기 일쑤다. 태풍인지 장마인지 모르겠지만 월요일부터는 비 소식이다. 자, 그럼 가까운 산이라도 올라보자. 이런 날은 산책이 제격이니 볕을 쬐고, 바람을 맞으며 야트막한 산길을 걸어보자. 그런데 이게 웬일! 산책로가 막혀 있다. 촘촘한 철조망이 사정없이 노려본다. 일주일 전만해도 거칠 것 없던 곳에 난 오늘 침입자가 되어 있다.

이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산책하러 나갔다가 마주친 철조망은 여간 당혹스러운게 아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온 마을 사람, 아니 서울 시민 모두가 즐겨 찾던 산을 오를 수 없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1년 후 현실이 될지 모릅니다. 산책로 곳곳을 철조망으로 둘러쳐 그야말로 ‘접근 금지’라면 당신은 그때 어쩌시겠습니까.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 중 16.6%가 도시입니다. 그런데 이 좁은 도시에 전체 인구 중 92%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9명은 도시에 사는 셈입니다. 인구 대다수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 그러니 당연히 도시공원은 중요합니다. 서대문의 안산, 마포의 성미산, 성북의 개운산, 서초의 매봉산 등과 조금 더 높아 보여 들머리부터 등산이라고 여길 만한 수락산, 불암산, 청계산 등은 모두 도시의 삶을 한쪽에서 보듬고 지켜주는 도시공원 입니다. 동네 곳곳에 있는 뒷산의 오솔길도 마찬가지입니 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 도시들은 전과 다르게 비대해 집니다. 급속한 산업화로 농촌 인구는 도시로 몰리고 이 와중에 정부는 도시공원을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집행을 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여기서 ‘집행’은 사유지 매입을 시작으로 계획을 세우고 공원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산길이 생기고 그곳을 시민이 걸어다니기는 하지만, 실상 공원 계획을 집행하지 않은 도시공원이 지금도 부지기수입니다. 사실 땅 주인들 처지에서는 갑갑할 노릇이지요. 자기 땅에다 건물을 짓든, 밭을 일구든 하고 싶은데 공원 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 하게 되었으니까요. 당연히 민원이 생겨났고 1999년 헌법재판소는 도시공원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립니다. ‘헌법 불합치’는 사전에서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나,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고자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으로 규정 합니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정부가 공원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지 않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은 2020년 7월 1일부로 도시공원에서 제외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도시공원 일몰제’입니다. 무려 20년의 세월을 준 것이지요. 그런데 그 20년 동안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중앙정부 소관이던 도시공원은 지방자치단체로 관리 책임이 옮겨갔고, 재정 상황이 중앙정부보다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태면 전국의 4421개 도시 공원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만 놓고 봐도 71개 도 시공원이 사라집니다. 크기는 여의도 면적의 33배에 달하 는 95.68㎢입니다. 이 중 40.28㎢가 사유지이고요. 당장 내년 7월이면 서울에서 여의도 면적 13배 정도에 달하는 도시 공원에 철조망을 둘러친대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어쩌면 이제 우리는 산책하러 나갈 공원을 주변에서 찾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폭염, 한파 등 기후 위기의 징후와 여파는 우리 생활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여름 폭염도 예외가 아닙니다. 작년에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녹지 공간이 적은 곳에 사는 사람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8%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투수층이 줄어 들면서 도심 홍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녹지를 늘려야 한다는 것 역시 모든 전문가가 내놓는 공통의 의견입니다. 생물다양성협 약,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등 국제 사회가 강조하는 약속들에서도 도시의 녹지 비율과 도시공원의 중요성은 지구 전체의 과제입니다. 우리나라는 광역 도심권을 형성하는 수도권에만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삽니다. 그만큼 도시 내 녹지와 공원이 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합니 다. 하지만 OECD 통계(2014년)를 보면 한국 수도권의 녹지 면적은 인구 100만 명당 4.6㎡로 최하위권입니다. 도시공원과 자연공원을 모두 합한 공원 면적도 국민 1인당 7.6㎡로 WHO 기준인 9㎡에 모자랍니다. 선진국의 1인당 공원 면적은 20~30㎡ 수준이고, 주요 도시 평균은 14㎡ 정도입니다. 결국 우리나라 도시는, 특히 수도권은 지속해서 녹지를 늘려야 하고 공원을 꾸준히 조성해야 하는 곳입니다

당장 눈앞에 와있는 ‘도시공원 일몰제’. 늦었지만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가 공원 부지 확보에 힘 써야 합니다. 개인 소유주에겐 세금 감면을 비롯해 부지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보완책과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물론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관심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20년 동안 책임을 미뤄온 정부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사라질 도시공원,

이대로 두시겠습니까?

Writer 정규석(녹색연합)

Editor 손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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