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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1호 인터뷰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박재범 감독 ― 불완전하기에 비로소 완전해지는 (2)

2023.01.24


이 글은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박재범 감독 ― 불완전하기에 비로소 완전해지는 (1)'에서 이어집니다.

ⓒ 사진제공. ㈜더쿱디스트리뷰션

꼴랴와 순록 세로데토가 무척 사랑스러워요. 블라디미르는 악역의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죠. 등장인물과 관계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궁금합니다.
세로데토와 꼴랴가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하죠.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에 나온 모든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블라디미르조차도요. 각자 자신만의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처음 글을 쓸 때는 엄마를 살리기 위해 붉은 곰을 만나러 가는 그리샤의 굳은 믿음에서 시작되었어요. 그런 그리샤를 지지하는 세로데토와 동생 꼴랴, 그리샤와는 정반대의 결정을 하는 아빠 톡챠, 아예 다른 형태의 믿음을 가지고 붉은 곰을 사냥하려는 블라디미르와 바자크까지. 그리샤를 통해 개개인의 믿음의 색깔이 보였으면 했어요.

영화에서 죽음(상실) 생명(회복) 순환이 이뤄져요. 붉은 곰의 죽음은 그리샤 어머니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어미를 잃은 새끼 순록은 가족을 얻어요. 죽음과 생명이라는 키워드가 영화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다 말해주셨네요.(웃음) 죽음과 생명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띠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이분법적으로 나뉠 수 없이 늘 함께하는 것 같아요.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는 것처럼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런 유한성이 생의 순간을 더 소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여기에 ‘꿈’이라는 중간 세계를 추가하고 싶어요. 간혹 삶에서 생과 사가 모호해지는 경계를 포착할 때가 있잖아요. 그 안에서 수많은 우연과 운명의 고리를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사진제공. ㈜더쿱디스트리뷰션

붉은 곰만이 그리샤 어머니의 병을 고칠 있지만 그리샤 아버지는 곰의 존재를 믿지 않아요. 그런 그에게 마을의 어르신 샤먼이 말합니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세.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 대사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사람들의 믿음에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눈에 보이는 믿음,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 눈에 보이는 믿음은 명확해요. 상식과 지식, 과학의 범위 안에서 설명이 가능해요.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지거나 시나브로 사라지기도 해요. 그게 존재일 수도, 관계일 수도, 가치일 수도 있죠. 영화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 형상화한 것이 붉은 곰일 수 있어요. 보이는 것을 따르는 연방국과 블라디미르가 붉은 곰을 처단하려는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샤가 샤먼 할머니의 말을 듣고 아무런 의심 없이 모험을 떠나는 것도 순수한 믿음에 대한 방증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이 빠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스톱모션은 불편하고 힘들어요. 한 번도 완전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당기는 힘이 있어요.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완벽하지 않기에 동질감을 느껴 사랑스러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웃음) 지금처럼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된 때에 누군가에게 스톱모션은 원시시대의 방식으로 보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천이 바다가 되고, 종이가 불이 되고, 스티로폼이 눈이 될 수도 있어요. 우리가 사물에 대해 알고 있는 틀이 깨질 때 희열을 느껴요. 무엇보다 사물을 만지고 느끼고 교감하며 작업할 수 있는 건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에요. 이번 영화도 스톱모션으로 만들어 더 의미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어요. 3D에 비해 투박해 보일지언정, 수작업만의 친근함과 따스함, 불완전성이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을 완전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 사진제공. ㈜더쿱디스트리뷰션

지금까지 바다와 사막, 설원을 배경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셨어요.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자연의 영역이 있다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작업을 했어요. 내가 모르는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 이었는데, 앞으로는 기회가 되면 자주 보고 느끼던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해야 한다면, 한국 배경으로,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해요. 조선 시대로 가보고 싶기도 합니다.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계획을 알려주실 있나요?
지금은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어요. ‘스튜디오요나’가 자리를 잡고 대한민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어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지원 덕분에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을 만들 수 있었고, 다시 장편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기본적으로 영화적인 이야기 방식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배운 것을 토대로 장편영화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글. 원혜윤
사진제공. ㈜더쿱디스트리뷰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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