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한국 드라마 캐릭터 - <더 글로리> 문동은

ⓒ 드라마 <더 글로리> 포스터
“내 꿈은 너야, 연진아.” 지난해 말 공개된 파트1에 이어 올 초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가 많은 이들을 과몰입하게 했다. 송혜교가 연기한 언뜻 정적인 표정의 동은은 마음속에서 불과 얼음을 오간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은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는 동시에 그를 돕는 주변 인물인 현남(염혜란), 여정(이도현)의 서사도 눈길을 끌었다. 권선징악을 말하지만, 전형적이지만은 않았다. ‘도파민’이 흘러넘쳤지만, 자극적인 것만 내세우지는 않았다. 동은의 팔에 난 흉터가 타투로 다시 만들어지는 장면은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갈 그의 앞날이 행복하길 빌게 되는 순간이었다.
올해의 소지품 - 마스크

올 초 실내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전환되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진 않았지만 지난 3년간 어딜 가든 휴대해야 했던 마스크가 필수품 목록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중이다. 물론 대중교통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이 있지만, 긴긴 팬데믹 중 마스크가 줬던 답답함은 한결 덜해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타인과 만나고 소통할 때 서로를 보호해줬던 마스크는 앞으로도 필수품이 될까? 당분간 독감이 유행이라고 하니, 팬데믹 동안 마스크의 효과를 체감했다면 가방에 하나쯤 넣고 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올해의 신세계 - 챗지피티(ChatGPT)
번역기와도, ‘클로바’나 ‘시리’와도 달랐다. 챗지피티는 더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해답을 내놓았다. 자기소개서나 편지를 대신 써 달라고 요청해도 멀쩡한(?) 대답을 척척 내놓는 챗지피티는 마법 같았다. 생성형 인공지능에 기반한 기술로 사용자가 원하는 문장을 완성하거나 질문에 대답하는 챗지피티는 학계뿐 아니라 디지털과 떨어져서 살 수 없게 된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SKT는 챗지피티를 통해 통화 내용 요약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올해의 간식 - 탕후루
설탕물을 입은 과일이 내뿜는 투명한 빛깔, 극한으로 치닫는 새콤달콤한 맛, 이로 깨물 때, 재료끼리 부딪힐 때 나는 청량한 소리. 중국 전통 간식 탕후루는 올 한 해 한국인들의 간식 시간을 책임졌다. 긴 막대기에 과일을 꼬치 형태로 꽂아 즐기는 탕후루 가게가 골목골목 들어서 이제는 흔하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 ‘꼬챙이’가 길에 많이 버려지면서 번화가에 ‘NO 탕후루존’이 생기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국정감사장에 ‘달콤왕가탕후루’를 운영하는 정철훈 달콤나라앨리스 사내이사가 출석하기도 했다. 탕후루 열풍으로 청소년들의 당 과다섭취 문제에 의원들이 주목한 데에 따른 것. 그런데 탕후루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단것을 이미 많이 먹고 있는데 꼭 탕후루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할까?
올해의 팬덤 - <슬램덩크>

ⓒ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세 달간 장기 상영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 관객 473만 명을 기록하며 팬들을 ‘농놀’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원작 만화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감독한 영화인만큼 만화 <슬램덩크> 팬들도, <슬램덩크>를 잘 몰랐던 이들도 모두 극장에서 농구에 빠졌다. 특히 2D에서 3D로 탄생한 만화 속 캐릭터들은 원작 팬들과 함께 영화로 ‘입덕’한 이들을 사로잡았다.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북산 유니폼 등의 굿즈 구매를 위해 추운 날씨에도 엄청난 인파가 긴 줄을 서기도 했다. 한 뉴스에 따르면 이 영화를 116번 본 관객도 있다고.
올해의 애니메이션 - <최애의 아이>

ⓒ 요아소비 ‘아이돌’
원작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특히 OST인 일본 뮤지션 요아소비의 ‘Idol’이 큰 인기였다. 이 사운드트랙이 큰 인기를 얻으며 유튜브에는 다양한 버전의 커버가 업로드되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일본 학생들이 연주한 오케스트라 버전부터 8BIT, 재즈 버전 등으로 장르도 다양했다. 다소 충격적인 전개가 포함된 애니메이션 1화는 영화 한 편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화제를 모았다. 연예계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와 환생이라는 소재가 섞여 흥미진진한 전개가 특징이다.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 아직 시청 전이라면 스포일러 요주의.
올해의 인스타그램 마케팅 - 쿵야 레스토랑즈

“야채가 할 일이 어딫어”, “맨날 최선을 다하지는 마러라. 피곤해서 못 산다.” 인스타그램 ‘쿵야 레스토랑즈’는 양파쿵야, 주먹밥쿵야, 샐러리쿵야를 주요 캐릭터로 삼아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쿵야의 시점에서 짤 형태로 만들고, 팬들과 댓글로 소통한다. 힘들게 일하고, 사회성을 발휘하느라 지쳐 퇴근만을 기다리는 직장인의 영혼을 흡수한 쿵야들은 이 계정에서 명대사를 확산시키는 중이다. 특히 ‘맑눈광’ 양파쿵야의 눈빛은 은은하게 무서운 셀링 포인트. 식품이나 화장품 등 여러 분야에서 컬래버를 하면서도 절대 밀리지 않고 쿵야만의 ‘기존쎄’를 유지하면서 재치 있게 마케팅을 전개한다.
이 글은 '올해의 OOO (2)'에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