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김여행
푸딩을 좋아한다. 그런데 바라는 게 많다. 탱글탱글하지만 너무 탱글탱글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부드럽고 달콤해야 하고, 커스터드 맛이 잘 느껴지면서 캐러멜 시럽은 적당히 쌉싸름해야 한다. 생크림이 올라가는 건 필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여웠으면 좋겠다. 참 신기한 노릇이다. 이 노랗고 둥그스름한 존재가 당연히 귀엽기를 바라는 게. 하지만 그것이 푸딩의 존재 의의 중 하나라 생각하는바, 발음마저 귀엽게 굴러가는 존재의 타고난 숙명이다.
운 좋게도 이 모든 욕심을 충족시키는 푸딩을 만났다. 그것도 아주 일찌감치. 연남동 ‘목화씨라운지’의 커스터드 푸딩인데, 처음 만난 게 2019년이니 벌써 5년이나 되었다. 이후로 가게 위치가 한 번 바뀌긴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꽃 모양의 회색 자기 접시 위에 자작하게 깔린 캐러멜 시럽과 깔끔한 타원 모양의 생크림 모자를 쓴 바닐라빈이 콕콕 박힌 푸딩은 변함없이 귀엽고도 맛있다. 탱글탱글한 외형에 더해 맛도 충분히 깊이 있는 푸딩이란 여간 찾기 어려워서 이런 푸딩이 그리워질 때면 언제나 목화씨라운지로 향하게 된다.
오로지 커스터드 푸딩 하나만 보고 가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꽃 피는 초봄에 가면 더욱 행복하다. 2층 창가에서 온통 벚꽃으로 뒤덮인 눈부신 풍경을 목도할 수 있기 때문. 벚꽃 철에는 벚꽃이 가장 잘 보이는 명당 자리를 모든 사람을 위해 비워두기 때문에 걱정 없이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역광 속에 앉아 벚꽃 흩날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실제 눈앞에 있는 게 아닌 스크린 속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 하나의 묘미는 ‘벚꽃 푸딩’이다. 바닐라빈이 아낌없이 들어간 우유 푸딩에 벚꽃 크림이 올라간 병 푸딩으로 벚꽃이 필 즈음 한정 기간 판매한다. 진하고 달콤한 우유 풍미에 쫀쫀한 질감이 무척 매력적이라 벚꽃 철에 목화씨라운지를 가고 싶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봄이 오면 괜스레 바빠진다. 꽃도 봐야 하고, 봄 디저트도 먹어야 하고. 목화씨라운지도 이 아름답고도 짧은 계절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행복한 고민거리로 당당히 한몫하고 있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되는 법이니까, 아직 가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꼭.
목화씨라운지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9길 23
월~금 13:00~21:00
토~일 12:00~21:30
인스타그램 @mhc_lou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