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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3 컬쳐

BOOK - <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가벼운 점심>

2024.07.22

글. 안덕희

<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최다혜‧이준수 지음, 미래의창 펴냄

‘친환경으로 재테크’하는 부부의 이야기로, 소비에 대한 생각과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흔히 친환경은 조금 더 불편해야 하고 조금 더 비용을 써야 하는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생계형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다가 지구까지 아끼게 된 저자들은 돈과 행복과 같이 나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오히려 지구를 지키는 친환경적인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싫증 나서가 아니라 기능이 다해 물건을 바꾸고, 중고 옷을 사 입고, 어쩔 수 없이 받아 온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용기는 씻어서 재사용한다. 그래서 저자의 집 건조대에는 빨래처럼 비닐이 널려 있다. ‘뭘 이렇게까지 하나.’ 싶지만 이렇게 지구를 생각하는 행위가 ‘환경 염려인’으로 구성된 이 가족에게는 큰 기쁨이자 보람이다.

저자들의 물질적인 미니멀은 결국 정신적 미니멀로도 이어지는데 “과소비와 과로의 무한 회귀 속에서 일찍 쓰러지는 불상사보다” 덜 쓰고 많이 쉬는 쪽을 택한 이들의 ‘젊어서 놀자’는 말이 묵직하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지구를 걱정하면서도 일상과의 균형을 고민한 4인 가족의 살림과 돈,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말한다.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위선이 아닌 개선이라고.

<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이효석문학상과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장은진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총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렸는데 표제작인 <가벼운 점심>은 가출한 지 10년 만에 “떠나기에도 돌아오기에도 좋은 계절”인 봄에 돌아온 아버지에게서 듣게 되는 부모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피아노, 피아노>는 서울살이 5년 차 원룸 생활자가 어느 날 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피아노를 들이게 되는 이야기, <하품>은 세 번의 유산 후 느려지고 게을러지는 아내와 잘나가는 피아니스트인 남자의 애증을 담아냈다.

<하품>이 습하고 끈적한 여름 같은 작품이라면 <고전적인 시간>은 청량한 여름밤 공기 같은 작품이다.

2021년 이상문학상 우수작인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은 루마니아어를 전공한 ‘나’가 외로이 지내던 은경에게 다가가 루마니아 작가 체보타루의 소설을 번역해 함께 읽고, 서로를 바라봐주지만 “예고도 징후도 없이” 관계가 끝나버리는 과정이 가을 공기만큼 적적하게 담겼다. 마지막 작품인 <파수꾼>

에서는 사별 후 귀에 물이 찬 듯 먹먹해져 자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널목 관리인 강 씨의 외로움과 권태가 겨울을 배경으로 도드라진다. 여섯 작품에 모두에 사계절이 은유되어 있는데, 이는 작가 장은진이 바라보는 우리 생의 절기일 것이다. 삶과 죽음, 청년과 노년, 부와 가난 등 책 속 인생의 절기들은 결국 하나의 생으로 묶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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