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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6 컬쳐

제과점의 옛말, 과자방

2023.04.06

디저트 가게를 이르는 명칭은 다양하다. 파티세리, 제과점, 과자점, 케이크 가게, 패스트리숍 등. 서로 완벽히 대치되지는 않고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따라붙는 명칭을 보고 대략적으로나마 어떤 디저트를 판매하는 곳일지 짐작해볼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파티세리, 제과점 등은 디저트 가게를 칭하는 보통명사다. 가령 가게 이름이 그저 파티세리인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밥집의 이름이 ‘밥집’인 것과 같다는 의미다.
그래서 ‘과자방’, 가게의 이름을 처음 보았을 때 그 간결하고도 센스 있는 작명에 감탄했다. ‘과자방’은 제과점을 이르는 옛말로 따지고 보면 보통명사인데, 이제는 다른 명칭에 비해 거의 쓰이지 않다 보니 자체로 고유명사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재미있다. 기억하기 쉬우면서 뜻은 명확하고, 예스러운 느낌이 있어 괜스레 정감 가는 것도 좋은 점이다.
책의 제목만 보고 내용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말이 있지만 과자방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름만큼이나 마음 가는 과자들이 잔뜩 있으니까. 다양한 종류의 휘낭시에와 마들렌, 쿠키 등의 구움 과자 모두 먹음직스럽고 특색 있다. 그중에서도 ‘메밀피칸 마들렌’은 과자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들렌이다. 메밀 고유의 향과 식감에 더해 달콤한 캐러멜, 고소한 피칸이 참 잘 어울려서 과자방을 찾는 이들에게 한 번쯤 권하고 싶다.

이토록 감각적인 과자방이라니
쁘띠 갸또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면 아기자기한 모양새에 더해진 선명한 맛. 애매하거나 불분명한 면 없이 확연하다. 그래서 과자방의 쁘띠 갸또는 먹고 난 뒤 시간이 지나도 제법 생생히 기억난다. 1년 전에 먹었던 달콤하게 졸인 도톰한 사과 위에 바닐라빈 크림을 풍성히 올린 카라멜 따땅도, 딸기에 라임이 함께 해 산미와 당도의 균형감이 좋은 딸기 파이도. 꼭 지난주에 먹고 온 것처럼 생생하다.
얼마 전 ‘봄귤’과 ‘위스키 소금 초코’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봄귤과 위스키 소금 초코는 각각 럼과 위스키가 들어가는데, 술이 들어간 것을 미리 알고 먹었음에도 특유의 향과 풍미가 예상보다 더 분명해서 맛을 보자마자 행복해지고야 말았다.
봄귤은 경쾌한 식감과 싱그러운 단맛의 금귤이 쌉싸름한 럼 향을 입은 가나슈 몽떼와 합을 이루어 근사하고, 위스키 소금 초코는 초콜릿 무스에 라프로익 10년산 위스키가 들어가는데 특유의 묵직하고 스모키한 향을 초콜릿 크림과 버터 향 가득한 휘낭시에 시트, 바닐라 향의 앵비바쥬가 부드럽게 감싸준다. 그런 와중에 언뜻 스치는 소금 입자와 바삭한 프랄리네, 경쾌하게 부서지는 얇은 초콜릿 코팅이 맛과 식감에 포인트를 주어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디저트다. 위스키와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릴 것 같아 언젠가 페어링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익숙한 듯 잘 쓰이지 않던 제과점의 옛말을 가져와 친숙한 듯 고유한 감각을 담아 디저트를 표현하는 과자방. 언제 떠올려도, 언제 가도. 변함없이 즐거운 맛으로 가득할 것 같다.

  • 과자방

서울특별시 마포구 큰우물로16 1층
화~토 10:00~20:00 (일/월 휴무)
인스타그램 @cookie__room1204


글 |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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