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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8 인터뷰

<드림> 이병헌 감독 (2): 평범한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2023.05.10

이 글은 '<드림> 이병헌 감독 : 평범한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1)'에서 이어집니다.

영화 <드림> 이병헌 감독

박서준 배우, 아이유 배우 모두 감독님과의 작업이 아주 명확해서 좋았다고 하던데요. 감독님은 어땠나요?
일단 박서준 씨한테 너무 고마워요. 제가 낯을 가려서 배우들한테 먼저 다가가고 막 장난도 치고 밥 먹자고 말하는 것도 잘 못해요. 박서준 배우가 그걸 해주더라고요.(웃음) 식당도 먼저 예약해서 같이 가자고 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줘서 일단 고마웠고요. 바뀌는 장면이나 대사를 아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소화해줬어요. 아이유 배우는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서로 막 먼저 다가가진 않았는데, 근데 연기를 너무 똑똑하게 잘해요. 자기 일을 너무 잘 해버려서 ‘난 감독인데 뭐 하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웃음) ‘여기까지 준비를 해 왔다고?’ 할 정도로 준비를 해 오고 또 잘해서 감탄했어요.

이병헌 감독 하면 <멜로가 체질>이나 <극한직업>의 유행어가 된 대사들이 떠오릅니다. <드림>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요.
음, <드림>은 일단 시나리오를 막힘없이 썼어요. 대사를 아주 많이 썼고, 초고는 지금보다 코미디 요소가 더 많았어요. 일단 많이 쓰고 스태프들과 회의를 통해 걷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소외 계층을 다루는 영화에서 저 혼자 모든 걸 결정하는 건 위험하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투머치’하게 대사를 쓰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삭제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드림>을 보면서 울컥하는 부분이 있었다면요?
제가 쓰고, 촬영하고, 편집에 후작업까지 하면서 영상을 수백 번은 봤을 거예요. 어떻게 눈물까지 나오겠어요.(웃음) 그런데 음악을 붙여놓고 보니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이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본연의 목적이 있잖아요.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메시지가 있고요. 그게 잘 부합됐고, 또 막바지 작업 중에 다시 보는데 이 영화가 저를 응원해준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관객들도 그런 마음이 드셨으면 좋겠어요.

<극한직업>과의 비교는 피해갈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런 부담도 있으실 것 같아요.
저에게 분명 고마운 영화이고, <드림>에도 많은 힘을 준 영화죠. <극한직업>의 웃음을 기대하신다면 <드림>은 그보다 코미디는 덜할 거예요. 하지만 그보다 감동이 더해졌으니까, 더하기 빼기 하면 재미는 비슷할 것 같아요.

대사를 잘 쓰기 위해 평소에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많이 기억해두시나요?
제가 했던 작품들은 친근한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잖아요.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할 때 상대는 어떻게 반응할까, 생각을 짜다 보면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드라마에서 배우가 혼잣말하는 장면을 보면 예전엔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있는데, 육성으로 말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혼잣말하는 걸 봤어요. “내가 저걸 건널 수 있을까? 달려볼까? 안 되겠지?” 이렇게요.(웃음) 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혼잣말을 하기도 하는구나. 이후로 <멜로가 체질> 쓸 때에도 혼잣말을 대사로 쓰기도 했어요.

출전 선수들이 훈련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과정이 없고, 경기 나가서 지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선수 출신도 아닌 분들이 그거 연습한다고 어떻게 갑자기 잘하게 되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승리하러 간 게 아니잖아요. 제가 네덜란드에서 열린 홈리스월드컵에 취재차 따라갔을 때 느낀 게, 그거였어요. 우리 팀을 해외 관객들이 응원을 하는 이유가 저 팀이 이길 거라 믿어서가 아니었어요. 스포츠 영화라면 당연히 선수들이 잘해야겠죠. 그런데 스포츠는 도구일 뿐이고, 이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달려들어 겨우 한 골 넣는, 그런 게 저는 더 감동인 것 같아요.

평소 어떤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세요?
저는 주변 사람,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을 가지고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해요. 주변 사람에게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여전히 영화를 공부하는 단계 같아요. 전공도 하지 않았고, 부모님도 제가 영화 한다고 했을 때 ‘저러다 말겠지’ 하셨거든요. 그런데 그나마 잘하는 것부터 해서 꾸준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나중엔 다른 장르 이야기도 해보고 싶죠. 누아르 장르를 한다면 피가 많지 않은 걸 하고 싶고. 지금 판타지나 그런 쪽도 생각하고 있어요.

<드림>을 영업한다면 어떻게 소개하시겠어요?
웃기고, 감동도 있고,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사람들이 장르물에 익숙해져 있는데, <드림> 같은 영화가 그래서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같은 시대에 온 가족이 무해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니까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실화 소재의 드라마라는 틀 안에서 스스로는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채운 것 같아요. 착한 이야기지만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사회에 의미가 있는 이야기거든요.


글. 김송희 | 사진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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