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조건은 좋으나 열정이 없거나 재능 있는 에이스지만 작은 키에 가로막혀 애매해진 선수 등 저마다 한계를 가진 선수가 모인 곳이 지상고다. 승패가 이미 기운 경기를 단숨에 역전시키는 실력을 보여주는 주인공은 <가비지타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확률이 ‘0’인 슛도 없다. “한 방엔 무리더라도 한 걸음씩 따라붙어서 역전하게 해주겠다.”는 이현성 감독의 말대로 <가비지타임>은 눈에 띄지 않는 한 걸음, 하나의 슛에 집중한다. 확률이 ‘0’인 것처럼 보이던 슛도 성공하는 순간 ‘하나’의 찬스가 된다.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2사장 작가에게 ‘갑타붐’에 대해 물었다.

ⓒ <가비지타임>

ⓒ <가비지타임>
필명이 특이해요. 왜 이사장도 아닌 ‘2’사장인가요?
‘이사장’으로 하면 팬들이 서치하기 불편할 것 같아서 ‘2사장’으로 했습니다.
현재 <가비지타임> 시즌 4를 연재 중이죠. 매주 일요일에 한 화씩 연재하시는데, 작품을 연재 중일 때 작가님의 일주일은 보통 어떻게 흘러가나요?
하루나 이틀 동안 콘티 작업을 하고, 2~3일간 러프하게 스케치를 한 뒤 이틀 정도 라인을 정리하고 하루 정도 보정과 편집 작업을 합니다. 시간이 남으면 굿즈나 단행본 관련 작업을 하고 있어요.
쉴 때는 주로 뭘 하세요? 덕질 하는 분야나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부터 즐긴 취미 생활이에요. 남들은 모르는 인디 신의 밴드 음악을 디깅*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시즌 4 연재 중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하며 우리나라에 ‘농구 붐’이 일었어요. 일명 ‘농놀’을 하면서 <가비지타임>에 유입된 팬도 많은데, 이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당시 나날이 올라가는 인기를 체감하셨나요?
<가비지타임>은 시즌이 지날수록 인기가 올랐어요. 시즌 3가 끝나갈 무렵 인기 순위가 중상위권이었는데, 아무래도 워낙 마니악한 소재를 다루니 만큼 그 정도가 <가비지타임>의 한계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 이상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 <가비지타임>
2017 네이버 최강자전’에서 8강 토너먼트까지 진출하고, 2019년 3월에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하셨죠. 한국 웹툰계에서는 드문 스포츠물, 그중에서도 농구라는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때까지 우리나라의 엘리트 운동부(체육특기자 학생 선수), 특히 그들의 입시, 진로, 생활 등을 묘사한 창작물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최초가 되고 싶었어요. 그중에서도 농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프로 선수가 되는 데 대학 진학의 중요성이 크다 보니 운동을 하지 않은 독자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겠다 싶어 농구라는 소재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최강자전 당시 원고에서 준수(지상고)는 지금 병찬(조형고)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스토리 진행상 독자들에게 미움을 많이 받겠다 싶어 외모를 한껏 상향시켜주셨다고 들었어요. 최강자전 이후 정식 연재를 준비하면서 캐릭터 설정이나 스토리 등에서 바뀐 부분이 많았나요?
설정이나 스토리가 크게 바뀐 부분은 없고, 유니폼이나 캐릭터 디자인만 주로 바뀌었어요. 준수가 병찬의 얼굴을 하고 있었듯, 종수(장도고)는 처음 준비하던 당시에는 지금 준수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웹툰에서 흔치 않은 소재이기도 하고, 네이버웹툰에서 처음 연재하는 농구 만화이다 보니 등장과 동시에 주목받았어요. 한편으로는 스토리나 캐릭터 구상 등에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 엘리트 운동부의 입시, 진로, 생활 등을 묘사하거나 소재로 한 창작물이 없었기 때문에 참고할 작품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주로 학생 선수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은 강양현 감독님께 자문했습니다.
2012년 여섯 명의 선수로 대학농구협회장기 준우승을 기록한 부산중앙고등학교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죠. 각색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작품 극 초반 안내문에서 밝혔듯이 실화와 다른 창작 캐릭터들의 이야기이고, 강양현 감독님께서도 마음껏 각색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없었습니다.
연재 초반에는 작가가 농구 선수 출신 아니냐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고교 농구를 현실적으로 다루고 농구의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선보이죠. 농구 동작이나 전술 자료를 조사하시나요?
네, 다만 요즘은 유튜브만 조금 찾아봐도 세계 최고 리그의 경기를 볼 수 있는 세상이라 농구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유튜브에 유명 선수나 스킬 트레이너들의 강의 영상이 많고, 심지어 한 팀의 공격 전술을 전부 정리한 영상도 있더라고요. 유튜브 짱.

ⓒ <가비지타임>
시즌 1의 경우, 현재 지상고 농구부의 상황을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초반에는 지상고가 경기에서 지는 모습만 보이고, 시즌1 마지막까지도 팀이 되지 못한 채 삐걱대는 모습이 비춰져요. 엘리트 스포츠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함이겠지만, 한 시즌 내내 주인공 팀이 지는 모습만 보여줘야 하니 고민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독자분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구간으로 계획했던 부분이라 고민이 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 덜 매운맛으로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긴 합니다.
시즌 2부터는 캐릭터들이 성장하고 승리를 거두기 시작하며 지상고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와요. 서로 시비 걸기 바쁘던 준수와 태성이 합심해 골을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시즌 1 완결 이후 시즌 2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시즌 2는 힘들고 답답한 분위기의 시즌 1을 지나 본격적으로 지상고 농구부가 성장하고 승리하기 시작하는 부분이라 하이라이트 장면이나 승리의 순간, 흔히 표현하는 ‘뽕이 차는’ 느낌을 잘 전달하는 데 가장 신경 썼습니다.
시즌 1과 시즌 2 후기에서 “‘내가 아니면 아무도 엘리트 운동부 학생들을 위한 이야기를 그려주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이 작품을 그리게 됐다.”고 언급하셨죠. 이러한 이유로 초반 전개에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학원물 요소를 거의 넣지 않으셨고요.
아무래도 로맨스나 학원 액션 요소 등은 인기 있는 웹툰의 필수 요소라 고민이 많았지만, <가비지타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비지타임>에선 학생 선수들을 최대한 실존할 것 같은 평범한 학생의 모습으로 묘사하고 싶었거든요. 더불어 인기 있는 웹툰을 그리는 것은 저에게는 우선순위가 낮은 일입니다. 그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이 글은 '<가비지타임> 2사장 작가 (2): 0에서 1'에서 이어집니다.
글. 김윤지 | 이미지제공. 2사장·네이버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