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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2 빅이슈

찾아가는 활동 아웃리치 (1)

2023.12.08

어떤 서비스에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을 경우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찾아가 만나는 아웃리치(outreach) 활동이 필요하다. 길거리 노숙을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있는 홈리스 여성들을 만나는 방법으로 거리 아웃리치는 꽤 중요한 활동이다.

정기적으로 거리 아웃리치를 하고 있는 나의 동료가 어느 날 활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유니폼을 입는 게 효과적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거리 아웃리치를 할 때 여러 관련 기관들은 각 기관의 유니폼을 입는다. 공식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서다. 낯선 이가 찾아와 말을 걸면 보통의 사람은 긴장하거나 두려움을 느낀다. 상담원을 만나는 홈리스 여성 입장에서는 유니폼이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데 유용한 표식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왜냐고 물으니 동료는 유니폼을 입으면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가가서 한 마디 말을 붙이기도 전에 시선을 회피하거나 자리를 피해버리고, 심지어 어떤 여성은 손을 내젓고 저리 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기도 한단다. 누가 봐도 기관에서 나온 것이니, 이는 거꾸로 자신이 홈리스라는 걸 확실히 표내는 상황 아니겠는가. 홈리스로 보이기 싫은 사람들은 아웃리치 활동가 티가 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거부가 심한 여성들을 만날 때 옷차림이 자연스러우면 어떻게 좀 해볼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으니,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죠.”라고 한다.

그간의 아웃리치 활동을 돌이켜보면 그랬다. 매우 많은 이유로 아웃리치를 통해 여성 홈리스와 관계를 쌓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구나 거리가 아닌, 조금은 나은 곳에서의 삶으로 이끄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홈리스 여성 보호기관에서 일하는 나는 꽤 자주 어디어디에 홈리스 여성이 있는데 너무 걱정된다, 나와서 어떻게 좀 해볼 수 없겠는가라는 전화를 받는다. 요새같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시기에는 이렇게 차가운 날씨에 갈 곳이 없어 보이는 여성을 발견했다며, 옷을 얇게 있고 있다거나 양말도 신지 않고 슬리퍼만 신고 있다거나 하는 심히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상황을 전한다. 여성 시설에 대해 물어보며 그곳에 갈 수 없냐고 묻기도 한다. 왜 안 되겠는가,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 그 여성이 시설을 이용할 생각이 있어 보이느냐고 되물으면 대개는 말을 붙여도 대답이 없다며 무언가 조치를 해 달라고 청한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 상담을 나가기도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기관을 안내하기도 한다.

지난여름에는 메일로 홈리스 여성의 상황을 알리는 연락이 있었다. 어느 전철역 부근에서 노숙을 하는 여성이 있는데 30도가 넘는 날씨에 겨울옷을 입고 있다며 자신이 말을 붙여보고 복지기관을 안내해보려 했지만 자꾸 자리를 피해 탈진하지 말라고 음료수만 건네고 왔다고 한다. 그러니 기관에서 아웃리치를 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안내받은 장소를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해 그냥 돌아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더 자세히 그녀가 있는 위치와 시간대를 안내하는 메일이 왔는데 그간 자신이 파악한 상황도 덧붙인 연락이었다. 그 여성 홈리스가 그 자리에 나타나기 시작한 건 1년이 넘었고, 이미 구청에서도 다녀갔지만 설득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찾아갔더니 정말 큰 캐리어를 옆에 둔 채 롱패딩을 입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인사를 하고, 갈 곳이 없으신 것 같은데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괜찮다며 자리를 뜨려고 해 겨우 얼린 물병만 건네고 돌아왔었다. 길게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으나 옷차림만 봐도 그리 건강한 상태는 아니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이 글은 '찾아가는 활동 아웃리치 (2)'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김진미
여성 홈리스 일시보호시설 ‘디딤센터’ 소장.


글. 김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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