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덕희
〈동물의 자리〉
김다은‧정윤영 지음, 돌고래 펴냄
반려동물 수의 급속한 증가, 축산업의 대규모 공장화, 야생동물 서식지의 파괴, 인수공통 감염병의 유행 등 동물을 둘러싼 논의들이 뜨거운 요즘, “먹히지 않고 늙어가는 동물들을 만나다”라는 부제에 눈길이 갔다. 그 논의의 중심에는 동물 보호와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와 적극적으로 동물권을 위해 싸우는 단체 및 야생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에게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보금자리를 제공하려는 생추어리가 있다.
생추어리(sanctuary)는 안식처, 보호구역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첫 생추어리는 2019년 DxE(Direct Action Everywhere)가 종돈장에서 공개 구조한 돼지 새벽이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 책은 새벽이생추어리, 인제 꽃풀소 달뜨는 보금자리, 화천 곰 보금자리, 제주 곶자왈 말 보호센터 이렇게 네 곳의 생추어리를 취재하고 기록한 내용을 담았다. 네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생하게 전한 글을 통해 동물이 처한 위험과 동물권 운동의 지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결국 이런 생각과 노력들이 향해야 할 방향은 인간과 동물의 서로돌봄의 가능성일 것이다.
〈천 개의 베개〉
노동효 지음, 나무발전소 펴냄
저자는 한국을 떠나 한 대륙에서 2~3년을 살고 돌아와 여행기를 쓰고, 또 다른 대륙으로 떠나 장기 체류하는 방식으로 지구를 여행하고 있다. 현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숙소, 버스, 로컬 식당 등을 이용하며 그들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이 책은 2년 반 동안 남아메리카 대륙을 두 바퀴 이상 떠돈 이야기인 전작 〈남미 히피 로드〉(나무발전소, 2019)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주축으로 아프리카, 튀르키예,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여행기다.
저자는 낯선 잠자리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구별의 수많은 풍경을 몸에 새긴다. 그의 여행 루트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함께 그가 서 있는 풍경 속에 있고,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 오랜 벗이 된다. 여행기를 통한 대리만족, 노마드의 삶을 글로 읽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독자를 어디에 닿게 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눈을 갖게 할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