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월 1일이 다가오면 울산행 기차표를 예매한다. 아무도 강요한 적은 없지만, 어쩐지 지켜야만 할 것 같은 나만의 새해맞이 루틴을 지키기 위함이다. 익숙함이 무섭다고 어쩐지 새해 첫 일출은 본가인 울산에서 봐야 진짜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든달까.
사실 루틴이라는 말도 거창하다. 새벽 여섯 시쯤 일어나 아버지(식구 중 둘만 새해 첫 일출에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미리 준비해둔 삶은 달걀을 챙겨 집을 나선다. 목적지는 간절곶도 대왕암도 슬도도 정자항도 아닌, 아버지와 나만의 일출 명소(라기엔 사람이 좀 많은.). 아버지 회사에서 차로 조금만 달리면 나오는 작은 부둣가다. 위치가 애매한 탓인지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 간절곶 등의 일출 명소에 비하면 조용하게 새해 첫 일출의 순간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일출을 즐기고 나면 배가 고파진다. 새해 아침에는 평소보다 일찍 문을 여는 찐빵집에 들러 갓 찐 찐빵을 먹고, 바닷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나면 어느덧 아버지의 단골 식당이 문을 열 시간. 그곳에서 감자전과 국수를 넉넉히 포장해 와 자고 있는 나머지 가족을 깨우면 새해 첫날 루틴도 끝이다. 왜 사서 고생을 하나 싶지만, 이 소소하고도 조금은 귀찮은 루틴이 이미 몸에 배어버린 후다.
해가 갈수록 부둣가를 찾는 이들이 많아져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는 2025년, 문득 독자 여러분의 새해맞이 루틴이 궁금해진다. 다들 어떤 방법으로 새해를 맞이하시나요.
글 | 사진.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