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절이 지나고 완연히 다음 계절에 이르렀음을 체감할 때면 지나간 계절을 돌아보게 된다. 쌀쌀하게 부는 가을바람과 낙엽이 흐트러지는 소리 사이에서 지난여름의 막바지에 다녀온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불어오던 바닷바람이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도 그런 이치려니 싶다.
지난여름의 기억 중에서도 부산을 다녀온 날이 유달리 떠오르는 까닭은 원 없이 다녀왔던 여행이라서다. 2박 3일 동안 정말 마음껏 먹고 열심히 다녔다. 부산에 가기 전부터 늘 궁금해하며 기대했던 곳들을 다녀오고 나니 소원 성취, 내지는 숙원 사업을 달성한 것 같았달까.
그중 ‘보느파티쓰리(보느제과)’는 부산 여행의 발단과 계기였다. 언젠가 부산에 가게 된다면 보느파티쓰리를 가기 위해 갈 것이라 마음먹은 지가 벌써 두어 해 전의 일이다. 그만큼 고이 간직해온 소원을 이룬 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남달랐다.
‘보느파티쓰리’는 부산 연제구의 교대역 근처다 보니 부산 여행객에게는 다소,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동네에 있다. 그러나 견고하면서 섬세한 프렌치 디저트를 부산에서 만나보고 싶다면, 여행객이든 현지인이든 간에 일부러 찾아가더라도 그 노고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뭘 먹어야 할지 고민이 앞서는 다양한 종류의 쁘띠갸또와 먹음직스러운 구움과자의 향연. 주문을 위해 천천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보느파티쓰리의 보느(Bonheur: 불어로 ‘기쁨, 즐거움’)는 이러한 디저트를 만나고, 맛보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행복함이 앞선다.
이토록 귀여운 디저트라니

어떤 메뉴든 행복하고 후회 없는 선택이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바바오럼과 파블로바, 라임 바질 타르트였다. 바바오럼은 허브차를 우려 만든 시럽에 오랜 시간 적셔 복합적인 향과 촉촉한 식감이 인상적이면서 무척 클래식한 스타일이라 바바오럼이 먹고 싶을 때면 한 번씩 떠오를 것 같다. 대체로 늘 준비되면서도 계절마다 맛이 달라지니 모든 버전을 먹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샘솟기도 한다.

파블로바는 구름처럼 몽글몽글한 모양새의 머랭과 이에 대비되는 리치한 크림의 조화, 상큼한 살구와 유자 겔에 청포도, 살구, 체리 등 여러 과일에 반짝거리는 오미자 큐브까지 더해진다. 보는 즐거움에 먹는 재미까지, 더욱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새콤달콤한 라임과 향긋한 바질의 조합에 막대 과자처럼 생긴 머랭이 오밀조밀 꽂혀 있는 라임 바질 타르트는 또 얼마나 귀엽던지. 금방이라도 작은 숲속 동물 친구들이 머랭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 것만 같았다.

여행 중에는 되도록 짐을 늘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니 고심하여 까눌레와 구제르, 사브레 등의 쿠키와 구움과자 서너 개만 가져와서 며칠 동안 아껴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다시 떠올려봐도 보느파티쓰리는 기쁨과 즐거움 그 자체였다. 다음에는 또 어떤 계절에 만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 어떤 계절이더라도 분명 다시 떠올릴 추억으로 남을 곳이다.
보느파티쓰리(보느제과)
부산시 연제구 교대로 7 2층
화~일 11:30~19:00(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bonheur_patisserie
글 | 사진. 김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