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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5 커버스토리

7942 :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순끼 작가 (1)

2023.08.27

잘못 자른 앞머리가 가장 큰 고민거리인 열여섯 황미애. 까칠한 김철, 그 녀석과 기필코 친구가 되고 말겠다 다짐했건만, 막상 그 애의 입으로 “얘는 내 친구.”라는 말을 들으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과연 우리는 그저 ‘특별한’ 친구 사이일까? 친구 이상의 관계란 뭘까? 혼란스러운 세기말, 지지직거리는 라디오처럼 사춘기 중학생 철과 미애의 마음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더 잊어버리기 전에 그 당시, 그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을 그린 순끼 작가에게 철과 미애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인지를 물었다.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202012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이하 <세풋보>)이 어느덧 100화를 넘었습니다. 연재 중일 때 작가님의 일주일은 보통 어떻게 흘러가나요?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벌써 100화가 훌쩍 넘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보통 한 주 내내 거의 풀타임으로 작업하는 일상을 유지해요. 물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지만, 분량이 많고 수정도 많이 하는 편이라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하는 데 씁니다.

<세풋보>에 달리는 댓글은 단순한 감상뿐 아니라 이어질 내용에 대한 추측이나 해석도 많아서 찾아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댓글이나 팬 반응을 확인하는 편인가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보통 업로드하는 날 댓글을 봐요. 재치 있는 댓글이 많아 친구들도 가끔 웹툰 댓글이 재밌다고 연락하기도 해요. 보는 관점과 해석에 따라 추측이 다양해서 재밌어요. 저도 생각지 못한 부분도 많아 깜짝 놀라기도 하고요.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철이가 미애에게 같이 숙제하자고 했을 때 ‘나도 같이 숙제해도 될까?’라던 한 팬의 장난스러운 댓글이에요.

블로그에서 전작 <치즈인더트랩>을 완결할 무렵부터 <세풋보>를 구상했다고 언급하신 글을 봤습니다. 당시 웹툰에서는 드물던 레트로 감성의 학원물인데, 배경을 1999년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요?
저 역시 1999년에 중학생이었어요. 현재 학원물을 그리기에는 세대 차이가 많이 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차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직접 느낀 1990년대 감성의 학원물을 선택하는 건 저에게 당연한 흐름 같기도 했어요. 그리고 1990년대를 하나로 묶기에는 초반과 후반의 느낌이 상당히 다르거든요. 1999년은 1990년대 초반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들도 새로운 2000년대를 받아들이려고 했기 때문에, 1990년대 초반과 2000년대 그 중간의 느낌이었고, 그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1999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작품명을 보면 독특한 단어의 조합이 가장 먼저 눈에 띄어요. 이런 제목을 짓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작품을 구상하며 떠오른 중요한 이미지들을 직관적으로 조합한 거예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죠. 그리고 그렇게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인 것 같아요.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주인공 미애는 벽을 치는 철이에게 끊임없이 다가가 벽을 허물 만큼 그늘 없는 성격을 지녔습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철이를 대하는 미애를 보면 대단하다 싶을 때도 많지만, 이러한 내면을 알기 전까지 미애는 착하고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중생에 가까워요. 미애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부터 말괄량이 캐릭터를 좋아해요. 제가 느낀 바로는 어릴 때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여자아이들이 매우 많은데, 커가면서 조금씩 차분해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 시기가 좀 늦는 아이도 있거든요. 성향 차이가 아닐까 싶은데,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게 차분해지는 아이는 그 당시에 핀잔을 듣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부여하는 어떠한 요소로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구려중 일짱 곽태욱을 반 죽여놨다.는 소문의 주인공 김철이 중3을 앞두고 미애가 있는 백제중으로 전학 와 둘이 6년 만에 재회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처럼 전학생, 소꿉친구, 옆자리 짝꿍, 이웃사촌 등 <세풋보>에는 순정 만화의 클리셰가 여럿 등장해요.
이번 작품은 클리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품을 구상하면서 그 당시 특유의 많은 클리셰를 찾아보고 복습했어요. 우연이란 우연을 다 모아놔도 상관없다고, 그게 일종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죠. 그 당시 내가 보며 자란 만화, 영화, 드라마 등등 모든 느낌을 완벽하게 습득하진 못하더라도 최대한 전부 훑어보려 했습니다. 잘 표현됐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6년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 미애는 철이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철이는 미애를 단박에 알아보는 것을 보면 어릴 때 둘 사이에 아주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철이가 시골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 그럴 수도 있지만, 작중 언급되는 내용에 따르면 미애가 철이가 있던 시골에 놀러 가 보낸 기간은 34일로 아주 짧아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둘의 과거 서사가 많은 건가요?
(물론 사람마다, 흥미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린아이에게 낯선 곳에서 보내는 3박 4일은 결코 짧지 않아요. 매분 매초마다 새로운 곳에서 재밌는 것을 찾으려고 하거든요. 심지어 관심 있는 새 친구와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놓치는 시간도, 아무 감정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도 없을 거예요.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 역시 다양할 테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 기억도 오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문득문득 어릴 때 한 번씩 놀러 간 시골에서 무엇을 하고 누굴 만났는지 기억나거든요. 그리고 그중에 유난히 생각나는 아이가 있어요.(첫사랑의 상대는 아니지만 다른 의미로) 그렇기에 많지는 않지만 세세한 이야기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작품에 특히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친구소원입니다. 미애가 시골의 돌탑에 소원을 비는 회상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현재의 미애도 비행기 1000개를 세면 소원이 이뤄진다며 틈만 나면 하늘을 살피죠. 소원이 아주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습니다.
소원이 중요한 키워드 맞아요. 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작품의 끝으로 갈수록 그 키워드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잘 마무리하려고 해요. 미애가 돌탑에 빈 소원이 이뤄질지, 어떻게 될지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은 '7942 :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순끼 작가 (2)'에서 이어집니다.


글. 김윤지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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