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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1 에세이

디저트가 필요한 순간 - 북촌에서 디저트를 먹는다면 "파티스리 데시데"

2024.05.22

글 | 사진. 김여행

날이 좋다. 기꺼이 바깥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 선연한 연둣빛을 띤 나무, 풀과 알록달록 피어나는 꽃까지 싱그러운 풍경으로 넘실대는 봄엔 어디로 향하든 즐겁지만, 자연히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북촌과 서촌이다. 경복궁이나 종묘, 창경궁과 한데 묶어 발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 보면 ‘그래도 서울에 살고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서울에 올라온 지 벌써 십수 년째인데도 여전히.
그런 동네, 특히나 디저트를 위해 찾아갈 만한 가게가 드문 북촌에 ‘파티스리 데시데’가 문을 연 후로 발걸음이 한결 더 수월하다. 핑계란 많을수록 좋은 법. 국립현대미술관 바로 옆, 경복궁 건춘문 맞은편에 있어 어디에서 가더라도 들르기 편하다.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바로 옆 큰길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한적해서 근처를 돌아다니다 잠시 숨을 돌리기도 좋다.
당연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맛있다는 것. 데시데를 생각하면 처음 방문했을 때 ’백설’을 먹고 일행과 동시에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던 경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백설은 바닐라와 캐러멜이라는 두 요소를 조화롭게 잘 담아낸 무스로 마치 눈처럼 부드러운 질감으로 시작해 크루스티엉의 바삭하고 경쾌한 식감으로 마무리되는 디저트다. 새하얀 눈밭을 연상케 하는 육면체 위에 눈이 녹을 때쯤 처마에 맺히는 물방울을 닮은 장식까지, 맛도 형태도 인상적이다.

어쨌든 좋은 날, 좋은 디저트
그리고 조응. 여백의 미를 살린 이 하얗고 동그란 무스케이크는 이우환 화백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향긋한 장미 무스와 오렌지 크레뮤, 상큼한 라즈베리 오렌지 줄레, 레몬 제스트를 넣은 비스퀴가 서로 멋지게 조응한다. 북촌이라는 장소적 특성과도 무척 결이 잘 맞는다. ’확고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상호처럼 뚜렷한 의미와 철학을 담은 디저트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늘 만나볼 수 있는 디저트도 좋지만, 계절이나 시기에 따른 디저트도 하나하나 아름답다. 싱그러운 봄의 맛을 표현한 금귤 타르트와 산딸기 슈는 매해 봄,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게 되는 맛이다.
5월까지는 기어이 봄이라 여기고 싶지만 사실상 여름과도 가깝다. 그러나 어쨌든 좋은 날이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날 만큼 더워지거나 날 흐린 장마철이 다가오기 전에 부지런히 돌아다녀야겠다. 그 여정에 북촌, 그리고 데시데를 포함해보면서.

파티스리 데시데
서울 종로구 삼청로 22–31 1층
월,목,금,일 12:00~18:00
토요일 12:00~19:00 (화,수 휴무)
인스타그램 @patisserie_decide


김여행
먼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엑스 계정 @_trave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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